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철도경쟁, 코레일 자연사 유도로 민영화 촉진"
수서발KTX 자회사 도입, 민영화 '우회로'
입력 : 2013-11-26 오전 9:42:50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수서발 KTX의 경쟁도입은 철도공사의 자연사(自然死)를 유도해 지방 적자선에 대한 민영화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선에 대한 민간개방이 실시될 경우 국내에 철도 운영기관이 존재하지 않은 현실에서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이 진정 철도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아닌 외국자본이 우리 기간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우회로'라고 강조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지금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이른바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민영화 도미노 게임의 제일 앞 블록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이라고 빗댔다.
 
그는 특히 "독일의 사례처럼 만에 하나 사고가 나거나 또는 협력이 필요할 때 양쪽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경쟁과 효율을 도입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WTO 정부조달협정'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박 위원은 "이번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해체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지하철까지 전면 개방을 약속한 마당에 민영화에 용이한 환경이 형성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
 
다음은 박흥수 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철도 경쟁체제 왜 문제인가.
 
▲정부는 철도공사의 독점을 타파하기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독점이 해소되면 철도가 국토부의 전망대로 장밋빛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경쟁을 도입했던 다른 나라의 사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이후 과도한 요금이나 엄청난 사고에 시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철도산업 자체가 궤멸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기존 운행 노선의 70%가 운행을 중단하게 됐다.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의 열차 사정도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이것들은 철도 민영화의 일부 극단적인 실패 사례가 아니다. 철도에 경쟁을 도입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정부는 코레일의 만성적자를 이유로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을 통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데.
 
▲철도공사의 적자는 경영 부실이 초래한 적자가 아닌 철도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적극적인 적자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운임을 원가이상으로 끌어올린다면 철도의 부채는 쉽게 해결되겠지만 서민들의 발인 철도의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 철도의 부실 때문에 민영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가 적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민영화를 위해 의도적인 오진을 내리고 이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독선일 뿐이다.
 
수서발 KTX는 철도의 황금노선이다. 황금노선만 운영하는 독립법인이 생기면 코레일의 재무건전성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수익성이 높은 노선에서 번 돈으로 적자 노선을 보전하는 현재의 철도 공공성 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와 노조가 '수서발KTX'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자 정부는 정관 등을 통해 민간자본에 매각할 수 없도록 조치한다는데.
 
▲정부가 장담하고 있는 민간자본에 대한 지분 매각 방지 등은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수서발 KTX 신설법인에 대한 정부의 지분 매각 방지 장담과 달리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연기금의 지분 매각이 추진될 수 있다.
 
특히 한미FTA와 WTO 정부조달협정에 의거해 당사국들이 내국인 대우를 요청할 경우 국가의 주 동맥인 고속철도에 대한 주권을 내어주는 것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최근 WTO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이 예상되는지.
 
▲이달 4일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부문 대외개방' 발언이 프랑스로부터 날아왔다. 바로 그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WTO 조달협정 개정안을 기습 통과시켜 국회와 국민을 모두 무시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도시철도, 철도시설에 대한 개방약속은 한국의 공공철도와 지하철을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의 철도회사들에게 열어 준 것이다. 특히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도시철도 분야 개방'으로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방의 도시철도 사업 분야에 대한 개방을 피할 수 없다.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에 포함된 도시철도 분야에 대한 개방이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보는지.
 
▲차량과 신호 및 설비 시스템의 조화, 운영주체의 전문성이 필요한 도시철도 분야에 대한 개방은 한국 철도 산업의 자생기반을 붕쾨시킬 가능성이 크다. 도시철도 분야 개방으로 건설, 유지 및 보수, 운영의 단계별로 외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유럽 순방 중 프랑스 경제인들의 물음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으로 한국 도시철도 시장의 개방을 약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한국 철도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심각한 국익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조달협정으로 인해 철도공사 뿐만이 아니라 철도시설공단이나 서울메트로 같은 기관도 언제든지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도시철도 사업의 경우 외국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적당한 사업규모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자체 직할운영기관과 민자사업 분야 등 다양한 형태에서 선택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조건이 열리게 된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사업을 특정해 개방했다는 것이 문제다. 철도시설공단의 사업영역 중 개방 대상은 일반철도 시설의 건설 및 조달, 설계를 포함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감독, 경영 등인데 이것은 철도시설공단이 수행하는 사업영역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으로 사실상 사업의 전 영역을 개방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프랑스는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자인 자국 베올리아사가 한국의 도시철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판단 속에 더 많은 철도 산업 관련 분야에 진출을 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이번 정부조달협정 개정으로 언제든지 프랑스 베울리아사와 같은 철도 운영회사가 우리의 서울메트로와 인천메트로, 대구도시철도 등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정부조달협정으로 철도부문을 넘어서 모든 공공부문까지 외국자본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렇다. 이번 정부조달협정으로 인한 개방이 철도분야를 넘어서 모든 공공부문에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정부 조달시장의 개방은 자유무역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인 공공부문까지 수익을 우선하는 상업적 고려에 의해서만 작동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조달시장에 참여한 기업의 수익성이 강화되는 만큼 공익성의 후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는 철도가 공적으로 소유·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9호선이나 신분당선 같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것은 특수한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철도분야는 민영화의 거센 바람속에서 민간기업의 운영이 일반화되는 흐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는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한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에 한국 철도가 완전히 포섭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래의 대안 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철도에 대한 주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건실한 공기업이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수행해야 할 대륙철도 연결사업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내어주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익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