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근대 프랑스 음악사 중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음악가 에릭 사티의 삶을 조명하는 음악극 <에릭 사티>가 2011년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에릭 사티>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제작으로 초연됐을 당시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받았지만 짧은 공연 기간으로 아쉬움을 자아낸 작품이다.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박혜선 연출가를 비롯해 김민정 작가, 정민선 작곡가, 신경미 음악감독 등 초연 당시 창작팀이 다시 한번 뭉쳤다.
작품은 초연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공연으로 재탄생 할 예정이다. 초연 때는 선과 빛이 교차하는 흑백 무대를 통해 미니멀한 사티의 음악세계와 창작의 외로움, 고통에 초점을 맞췄지만 2013년 음악극 <에릭 사티>는 창작의 고통과 기쁨을 아울러 표현하며 사티의 도전정신에 주목한다. 다채로운 색깔의 이미지가 주를 이룰 이번 무대에는 그림자 놀이, 자이언트 퍼펫, 마임, 발레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총동원된다. 이로써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던 사티의 실험정신이 전면에 드러날 예정이다.
개작은 대중과의 소통 확대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 초연 당시 의미 있는 평가를 받은 작품인 만큼 창작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역설적이지만 기존 공연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에 이같은 선택이 가능했다. 그 애착이란 바로 노래가 주를 이루는 뮤지컬, 대사 위주로 가면서 음악을 절제하는 연극과는 다른 '음악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애정이다.
(사진제공=공연홍보사 이원아트팩토리)
대학로에서 만난 박혜선 연출가는 공연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아무래도 관객들은 스토리가 없으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그 점이 속상한데(웃음). 관객들이 난해하게 느끼지 않게끔 구성을 정리했죠." 박 연출이 생각하는 음악극의 장점은 무엇일까. 이번 공연에 대한 설명이 답이 될 듯하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들을 가사에 그대로 반영을 해서 마치 대사를 듣듯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에릭 사티>에서는 감정을 고양시켜주는 음악이 아니라 대사처럼 흐르는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장면의 구조, 감정의 기복, 상황에 대한 설명들이 음표들의 음낮이와도 같이 움직인다.
과거 뮤지컬을 해본 경험이 음악극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박 연출가는 "당시 대중 편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렸고, 그 부분이 자신을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은 왜 다 대중 편의적이어야 하는가의 문제죠. 모든 뮤지컬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상당수의 뮤지컬은 앞서 나가는 게 아니라, 뒤에 서서 관객들을 '우쭈쭈' 하며 끌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관객들을 무시한다거나, 관객에 반한다거나, 아니면 관객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쨌든 예술가라면 시대적 공감대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비판의식과는 별개로 현재 공연계에 없는 장르를 개척해 나간다는 것은 역시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음악극은 무엇인가'라는 화두가 시종일관 창작팀 회의의 주를 이뤘다.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출가가 음악극이라는 장르를 접하면서 새롭게 품게 된 목표는 무엇일까. "일반 대중에게 제가 바라보는 어떤 새로운 시선을 제안해 드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제안을 함으로 인해 대중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은 했으나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를 접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이게 제게는 굉장히 큰 시도이자 도전이죠."
현재까지 나온 결과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다고는 했지만 박 연출가의 말에서는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엿보였다. "창작팀의 경우 서로가 서로에 대해 많이 기우하며 시작했어요. 왜냐면 어쨌든 초연 때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정점을 찍었고,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해낸 상태였기 때문이에요. '다시 한번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하더라고요(웃음). 우리 창작팀들은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도 우리 스스로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라는 것 때문에요(웃음)." .
<에릭 사티>를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슬쩍 내비칠 만큼, 연극 연출가 박혜선의 '음악극 외유'는 제법 진지하다.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다른 장르의 음악들, 다른 장르의 예술들을 한 번 더 접해보고 거기에 친근감을 느꼈으면 좋겠고, 공연장에 오는 게 항상 새로운 도전이고 즐거움이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단은 관객의 냉정한 평가가 박혜선 연출가와 <에릭 사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10일 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얻을 관객의 반응이 공연 <에릭 사티>,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극의 현주소를 보다 분명하게 진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