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여름 잠시 조정을 거쳤던 엔화 약세 흐름이 머지않아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통화정책과 미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힘입어 엔화가 약 40일 만에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달러당 100엔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99.7엔대까지 밀리며 이른 조정을 맞기도 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엔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올 상반기 만큼의 급격한 움직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지난 5월의 최고치였던 달러당 103엔을 넘어 최대 110엔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엔 100엔 재돌파..美·日 통화정책 뒷받침
◇지난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자료=마켓워치)
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전날보다 0.36% 상승한 100.10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엔 환율이 100엔을 넘은 것은 지난 7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가치 하락은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입에서 시작됐다.
이날 구로다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지만 소비세 인상 등의 위협이 있을 경우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세 인상으로 경제 회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구로다 총재의 발언으로 누그러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했던 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높이며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이날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의 서비스업 지수는 58.6으로 7년8개월만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9000건 감소한 32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3%에 육박한 점도 달러·엔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
카도타 신 바클레이즈 외환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점이 달러 수요를 높였다"며 "지난달의 고용 동향이 예상 밖의 부진을 보이지 않는다면 테이퍼링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섣부른 기대였나..하루만의 '조정'
엔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이 같은 흐름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달러 매수세가 과했다는 평가에 달러·엔 환율은 다시 100엔 아래로 내려앉았다.
6일 오후 3시14분 현재 달러대비 엔화 환율은 전날보다 0.33% 밀린 99.78엔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날 공개되는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 결과에 시장이 너무 앞서 반응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일 ADP의 민간 고용동향이 예상을 하회한 점을 들며 노동부의 고용 동향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음을 경계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가 전달보다 18만명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전달의 16만2000명 증가에서 크게 개선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업률은 7.4%로 2008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 밖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긴장감도 엔화 조정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개시돼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환 전문사이트인 FX스트리트는 "달러·엔 환율이 생각보다 빠른 조정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며 "시리아 리스크 등이 더 부각될 경우 엔화는 99.50엔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 엔低 여지 충분..최대 110엔까지
그럼에도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엔화 가치는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경제 회복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높은데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기정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의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를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케다 키쿠코 뱅크오브도쿄 미쓰비시UFJ 선임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연준은 현재 지표 호조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분석했다.
큰 악재만 없다면 출구전략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신규 취업자 수가 10만명을 하회하지 않는한 테이퍼링이 가시화 될 것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여름 휴가를 마친 헤지펀드 자금이 달러·엔 환율의 상승을 지지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엔화 환율은 달러당 최대 11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맥쿼리 투자전략가는 "일본의 자산매입규모 확대와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은 엔화 약세를 지지할 것"이라며 "연말을 전후로 엔화는 110엔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쿤고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외환투자 전략가는 "향후 12개월 내에 달러·엔 환율이 10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