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국고채 30년물의 채권시장 초기 안착은 시장 참가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극히 소수에 의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요처가 적게 주어지다 보니 공감대 없는 가격형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그들만의 리그’는 ‘완전경쟁시장’과 거리가 멀다. 특히 채권금리는 실물 경제와도 밀접하다. 무엇보다 30년 국채에 대한 보험과 연기금의 보유확대 등으로 이미 개인의 간접투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초장기 채권인 30년물 국고채 등장 ‘1년’은 채권시장 활성화 제고 방안을 모색할 당위성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채 가격형성 안정화.."그들만의 리그서 벗어나야"
30년 만기 국채가격의 안정화는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0년물은 전날보다 0.04%p 하락한 3.98%로 장을 마감했다. 20년물은 0.05%p 하락한 3.87을 기록했다. 이들 스프레드(금리 차)는 12bp 정도. 미국 국채 30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가 100bp 정도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이 좁은 편이다.
<국고채권 특정잔존기간 수익률>
(자료제공=금융투자협회)
국내 A 자산운용사 채권부문 대표는 “미국 장단기 스프레드 대비 고평가돼 있다. 20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가 매우 좁은 편인데 이는 누가 봐도 과하다고 할 만큼”이라며 “30년물 국채에 대한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기물 채권은 소수기관에 의해 형성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적은 수요처에 의해 가격이 제대로 매겨질 수 없었던 탓이라는 설명이다.
통상 초장기 채권은 보험사나 연기금 등의 장기투자기관 중심으로 편입이 이뤄진다. 시장변화에 따라 사고파는 종목이라기보다 ‘바이앤홀드(Buy & Hold)’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자산운용사에서 초장기 채권의 펀드 편입을 통한 운용행태를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유다.
국내 B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시장성을 반영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다만 어차피 장기채권은 소수에 의한 소화를 예상하고 발행된 물량이라는 점에서 무리 없이 소화되는 것 자체에 점수를 줘야한다”고 평가했다.
◇속도 더딘 장기채 활성화.."세제혜택이 답?"
우리나라 채권시장이 여전히 단기채 중심의 시장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30년 국채가 넘어야 할 산이다. 국고채 지표물이 과거 3년물에서 5년물로, 올 봄 5년물에서 10년물로 변경됐지만 장기채권 거래 활성화 속도는 더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아직 3년물과 5년물 국채 거래가 주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지표물인 10년물 거래가 정착되면 30년물의 비중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장기채 수요 진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을 통한 ‘국채투자 대중화’가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C증권사 채권상품팀장은 “고령화에 대한 고민이 높아진 가운데 시기상 초저금리 시기인 지금은 장기국채투자가 유리한 시점”이라며 “정부에 의한 장기채 직접투자 붐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채투자 대중화를 이룬 일본의 경우 그 스타트를 정부의 세제혜택이 끊어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세제문제가 예민하겠으나 궁극적으로는 국민에 돌려주는 방안이 아니냐”며 “세제혜택에 있어 연령에 제한을 두거나 매입규모에 한도를 주는 실링제를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현재 10년물 이상 장기채권에 대한 이자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있는데 추가 혜택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 금융소득과세를 강화하는 분위기인데 일관성의 문제에 있어서도 수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세제혜택 문제는 현 정부 기조에서 내놓기 힘든 문제”라며 “증세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다 국채시장의 발전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 촉진을 위한 세제혜택 유인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내다봤다.
아직은 장기채권 거래활성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현수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부 부서장은 “알다시피 국내 채권시장은 선진화했다. 국채 30년물의 등장으로 미스매치되던 장기자금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고 이론적으로 이자율 곡선의 텀 스트럭쳐가 완성된 점이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발행 초기인 지금은 시장에서 국채 30년물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다. 채권 본연의 기능인 장기자금 조달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회사채시장의 ‘만기 장기화’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국채시장의 장기화가 우선되면 회사채시장도 장기화할 것으로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