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정부가 장기채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며 선보인 30년물 국고채 발행이 내달 출범 1년을 맞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초장기’ 국채 등장은 시장의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을 모았지만 결국 초기 안착은 성공했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채권시장 발전 과정에 하나의 좋은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첫 달 1704건(1조3964억원)을 기록했던 거래건수가 지난달 불과 419건에 그치는 등 거래가 극도로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은 그 배경이 됐다.
발행 1년이 지났지만 발행량과 참가자 규모를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개인투자 손실은 ‘오점’ vs. “전체 평가절하는 금물”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 첫 발행 성공 이래 국고채 30년물 총 거래건수는 22일 현재 8430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은 무려 26조1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사고팔고 한 거래대금 대부분이 국고채전문딜러(PD)들이 의무적으로 조성한 물량이라는 것이다.
국내 A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PD들이 호가 조성을 위해 거래를 일으킨 부분이 더 크다”며 “일단 거래건수만 봐도 한눈에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반에는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장기채권운용기관의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들 역시 최근 평가손 규모를 감안에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개인수요는 10분의 1정도로 줄었다는 평가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평가손을 크게 안겼다는 점에서 국고채 30년물의 성공적인 안착을 논하기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앞서 시중금리가 저점 상태였던 출범 당시 30년물을 사들였던 일부 리테일 개인 고객이 최근 손실을 크게 떠안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 투자 당시 장기채 ‘호기(好機)’를 노리며 단기 차익을 남기려 했던 투자자들이 가격기준 20% 정도의 손해를 본 것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조기 중단한다는 우려가 퍼지며 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한 탓이다.
다만 시장은 발행 초기 나타난 일부 부작용을 적용해 전체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관계자는 “개인의 투자 손실 부분은 발행 초기 금리가 흔들리다보니 일부 부작용이 감지된 것일 뿐”이라며 “장기채는 긴 투자기간을 갖고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채 30년물의 성격을 알고 원하고 상황에 맞게 사들인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물론 판매처의 충분한 설명은 앞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투자에 앞서 장기물 채권은 금리변동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중간에 사고팔기 어려운 상품이다. (단기채 대비)장기채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참가자 “만점은 아니지만 성공”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30년 국채의 1년 성과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국내 B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100점 만점에 100점은 아니지만 정말 성공 안착한 케이스”라며 “보완점은 생기겠지만 출범 1년은 미리 우려를 하기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3년물 국채 발행규모 확대 의지가 있고 자금운용 자체가 갈수록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수요는 더욱 늘 것으로 본다”며 “보험사나 연기금 등의 매칭 건수도 더욱 활발해지고 발행 또한 이에 부응한다면 더 이상 희소성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C 증권사 채권운용본부장은 “발행에 앞서 과연 소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늘 따를 정도로 우려가 커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행은 물론 소화도 성공적이었고 제도 자체도 성공 안착했다. 우리나라 국채 발행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선진화한 PD사 역할도 컸다고 본다”며 “시장 의견 반영에 전향적인 정부와의 자유로운 소통으로 앞으로도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D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장기투자기관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성공 안착에 한 표를 더 한다”며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만기구조가 좀 더 다양하게 형성됐다는 점도 성공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E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장기 수익률 곡선의 벤치마크를 구성해 장기채권시장 육성에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금리상승기, 장기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심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발행비중 확대와 관련 기재부 국채과가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재부 국채과장은 “출발한지 1년 만에 빠른 정착 이뤘다고 본다. 발행확대 관련해서는 현 상황서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1년에 4~5번 정기 PD간담회를 통해 시장 건의를 꾸준히 접하고 있다. 시장과의 긴밀한 관계가 최우선이란 입장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채 수급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확실해지면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