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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가·창작자 모여 '정치, 정치극, 정치미학' 논의
2013 대학로소극장축제 'D.FESTA' & 2013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정기세미나
입력 : 2013-08-27 오후 12:33:5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우리나라의 정치극과 정치극의 미학에 대해 살펴보는 '정치, 정치극, 정치미학' 세미나가 지난 26일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치극의 정의, 이념성과 예술성의 충돌 문제부터 개별 작품에 대한 토론까지 한국연극의 정치미학과 관련된 논의가 풍성하게 이뤄졌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와 한국소극장협회 공동주최로 아르코미술관 3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발제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진아 연극평론가가 사회자로 나섰고, 발제자와 토론자로 김성희, 김소연, 최윤우, 이경미, 조만수 등의 연극평론가와 이양구 혜화동1번지 5기 동인 예술감독 겸 연출가, 이동선 연출가 등이 참여했다.
 
먼저 기조발제로 김성희 연극평론가가 일제식민지 시기의 프롤레타리아 연극운동과 해방기의 사회주의 연극운동, 독재정권시대의 알레극·마당극·역사극·풍자극, 민주화 시대의 정치극 등 한국 정치극의 전개 양상과 미학의 흐름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이어지는 발제에서 김소연 평론가는 혜화동1번지를 비롯한 젊은 연극인들 공연 중 나타나는 정치극의 새로운 양상을 짚었다. 이동선 연출가는 자신의 최근 연출작인 <데모크라시>의 정치미학에 대해 소개했고, 이경미 연극평론가는 한국연극의 정치성에 대한 동시대적 틀 짜기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진제공=한국소극장협회)
 
◇한국 정치극의 새로운 양상은?
 
먼저 최근 가장 주목을 끄는 정치극으로 단막극페스티벌 '아름다운 동행'과 봄페스티벌 '국가보안법' 등 혜화동1번지의 최근 기획들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이 벌인 일련의 페스티벌에 대해 김소연 평론가는 "거의 유일하게, 홍보 카피를 넘어선 단계에서 테마가 있는 연극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테마에 대한 충실성과 집중성은 높은 반면 신작이다 보니 작품 완성도는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능교육 사태를 다룬 '아름다운 동행'이 기획 당시 목표했던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김소연 평론가는 "혜화동1번지가 현재 사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아름다운 동행'이 처음에 표방했던 대학로 연극인과 재능교육 해고자의 연대나 축제로 환기되는 과정은 약화된 것 아닌가 싶다"면서 "결국 '연극하는 나'에 대한 연민에 그쳤다"고 말했다.
 
혜화동1번지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양구 혜화동1번지 5기 동인 예술감독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90년대 학번으로서 축제를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난점을 토로했다. 이 예술감독은 "끼여 있는 세대로서 부담이 강렬하게 오는 것이 있다"면서 "90년대 중반 전까지는 경제문제를 떠나 연극인들이 네트워크 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80년대 학번만큼 뜨거운 정치 이슈를 갖지 못한 상태인데다 함께 작업해야 하는 2000년대 학번 세대는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어렵고 부담스러워한다. 보수적인 사람도 많고 참여자의 다양한 색채를 하나로 모으기가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국사회에 정치적 화두 던지는 번역극
 
젊은 연극인들이 근래에 만든 정치극 중 창작극으로 '아름다운 동행' 페스티벌 작품들, <ship, ship, ship 새끼들>, <BBK라는 이름의 떡밥>, <숙자이야기>,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 등 다양한 작품이 언급된 반면 번역극으로는 유일하게 <데모크라시>가 언급됐다.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의 희곡 <데모크라시>는 정치적 소재를 구체적으로 다루되, 프로파간다로서의 정치보다는 정치를 하는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연극을 연출한 이동선 연출가는 "복잡한 정치 상황에서 각 인간들이 어떻게 움직여가고 있는가를 그리고 있으며 우리가 현재도 많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희곡"이라고 소개했다.
 
<데모크라시>와 관련해서는 정치를 소재로 한 번역극을 올릴 때 연출가로서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최윤우 연극평론가는 "원작은 정치적 진부함을 인간 존재의 복잡성으로 확장시킨 작품인데 연출가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에 대해 '충돌과 단절'이 아닌 '갈라짐'으로 해석했다”면서 이것이 현시대의 고민을 담은 연출가의 자유로운 해석이었는지를 물었다.
 
이동선 연출은 "'데모크라시(민주주의)'라는 화두는 한번의 공연으로 답하기 어려운 것이며 현재진행형의 화두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논의되고 있는 주제"라면서 "민주주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 작품이 어떤 답을 내려주고 있는가는 계속 파 내려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극, 주장 아닌 성찰의 장 돼야..동시대적 형식 필요
 
한국연극의 경우 주장과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극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체적 담론'과 '관객 공동체'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개별 관객의 고유한 존재성을 인정하며 공연이 하나의 질문으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경미 연극평론가는 '감성의 분할'이야말로 '정치적인 것'의 핵심이라는 랑시에르의 이론을 들며 "타자를 무대화함으로써 토론의 장을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예술은 관객의 굳어진 감성을 분할하는 경계넘기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와 삶 속에서 은폐되거나 망각된 타자의 목소리와 감정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이 시대 연극의 정치성"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연의 예로는 <숙자이야기>와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를 들었다. 이 평론가는 "<숙자이야기>의 경우 잊혀졌던 사람들을 직접 무대로 데려와서 그들을 날것의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환기하는 역할을 하고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는 재현적 연극을 벗어나 국가보안법, 나아가 악법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조만수 연극평론가는 이경미 평론가의 발제와 관련해 "담론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전제 아래 발표했다"면서 "랑시에르에게 관객은 이미 '해방된 관객'이며 창작자와 평등한 위치인데, 이 평등한 자리에서 창작자와 관객은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앞으로 연극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제안했다.
 
◇정치극의 실제 구현방법은?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현장작업자와 이론가 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양구 연출가는 "희곡쓰기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고, 이경미 평론가는 "정치극이라는 장르를 넘어서서 정치적 글쓰기를 통해 감각의 분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글쓰기'의 예로는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너무 놀라지 마라>, <피리 부는 사나이> 등 박근형의 희곡을 들었다. 이 평론가는 "비틀어진 가족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정치, 사회적 맥락을 읽을 수도 있는데 그게 또 숨겨져 있다"면서 "정치적 서사를 절대적인 선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무심한 듯, 내던지듯 던지는데 관객이 읽어내는 것"이라며 글쓰기에서도 감각의 분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희곡에서는 신파, 감성성이 우선되는데 정치성을 이야기 하기 전에 이 틀부터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번역극의 경우에도 연출, 배우에 의해 감상적인 톤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맥락이 보이지 않게 되고, 정치적 지평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논의는 한국연극계의 정치극과 관련해 모종의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러가지 의견과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세미나를 갈무리하며 허순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은 "정치극이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한국연극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근본적으로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정치연극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극이 하나의 소재나 주제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그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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