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3일 방북을 앞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 실타래를 풀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성공단 사태 등 좌초 위기에 놓인 남북경협과 관련해 남북 양측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현 회장을 통해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메시지도 받은 게 없다"고 밝혀 사실관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현 회장은 2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식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누굴 만날 계획은 없고 추모 행사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면서 “정부로부터 어떠한 대북 메시지를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급작스럽게 성사된 방북 경위에 대해서는 "북측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2009년에는 (북측 담당자가 누구인지) 미리 알고 갔지만, 이번에는 누가 나올지 모르고 간다”면서 “추모식 이후 현장을 점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어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이 잘 풀릴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현대도) 계속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의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이는 고인이 된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로 그는 보고 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정주영, 정몽헌, 현정은으로 이어지는 현대가의 대북사업에 대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만큼 김정은 체제에서도 현대가의 목소리는 일부 반영될 여지가 있다. 정치가 극도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창구 역할을 하기에도 제격이란 평가다.
현 회장은 3일 오전 9시 강원도 고성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육로로 방북한 뒤 당일 오후 4시쯤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방북에는 현 회장을 비롯해 김종학 현대아산 사장 등 실무진 38명이 동행한다. 현 회장 일행은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에 있는 고 정몽헌 회장 추모비에서 추모식을 진행한 뒤 현지 관광시설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북한은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 회장의 이번 방북길에 어떠한 형태로든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앞서 지난 2009년 현 회장 방북 당시 북한에서는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이 마중을 나와 현대가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원 부부장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간 회담의 북측 대표단 중 한 명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 10주기 추모식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