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부도 처리된 가운데 해당 사업과 관련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신용등급에 대한 국내외 신평사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용산 개발사업 관련 ABS와 코레일의 신용등급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용산 개발사업 사태로 코레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평 "용산 개발사업 ABS 신용등급 변동 없을 것..코레일 신용도 연계 덕"
15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가 지난 12일 대출채권의 만기연장을 위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 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면서도 "관련 ABS의 신용등급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09년 12월부터 코레일이 제공하고 있는 토지매매대금 상당액 반환의무를 기초로 ABS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수 차례 발행했다.
올해 3월12일 현재 ABS는 원금 기준 2조41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ABS의 기초자산인 대출채권의 만기는 지난 12일부터 2013년 10월17일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용산 개발사업과 관련 ABS의 적기 상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용산 개발사업 관련 ABS의 신용등급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판단이다.
PFV가 대출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각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ABS의 원금은 코레일이 합의서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토지대금반환대금으로 상환이 가능하기 때문.
또한 ABS 이자는 이자유보계좌에 미리 예치돼 있는 금원을 재원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구조화돼 있다.
전용덕 한국신용평가 SF평가본부 실장은 "ABS의 상환가능성은 사업 시행사인 PFV에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코레일의 신용도에 연계돼 구조화된 것"이라며 "PFV의 대출원리금 미지급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의 신용도(회사채 AAA)를 반영해 각 SPC가 발행한 ABS의 신용등급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증권업계 "용산 사태, 코레일 신용도 영향 제한적"
아울러 국내 신용평가사와 증권가에서는 용산 개발사업과 관련이 깊은 코레일에 대한 신용등급도 급락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사태로 코레일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병호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2실장은 "용산사업 관련 손실 인식에 따라 코레일의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조40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 조달에 따른 자체적인 재무부담이 상승할 것"이라며 "하지만,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한 철도운영사업을 독점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보조, 재정자금의 융자, 국가에 의한 사채 원리금 보증 등 코레일은 다양한 법률적 지원수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실장은 "이처럼 코레일 영위사업의 공공성과 공익적 특성, 정부의 높은 통제강도, 법적·제도적 지원체계, 공기업 실패시 발생할 수 있는 정부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정부의 높은 수준의 지원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용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번 사태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닌 만큼 코레일이 기업어음, 은행 차입 등을 통해 토지반환에 나설 것"이라며 "코레일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있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 역시 "코레일은 용산 역세권개발 부도로 인해 토지매매대금을 반환해야 하는 과정에서 자본이 감소하고 기업어음 발행, 은행 차입, 채권 발행 등이 있을 예정"이라며 "공기업은 신용평가 때 재무상태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업고, 사업의 공공성과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가능성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의 신용도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신평사 "코레일 신용등급 강등 검토"
국내 신용평가사와 증권과와 달리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용산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PFV의 부도 사태로 인해 코레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무디스는 "현재 'A1' 등급인 코레일의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겠다"면서 "드림허브 부도로 이 회사 자본 구조와 자금 조달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이 용산 사업과 관련한 토지매각이익과 지분 투자금액을 손실처리하면 장기채 발행 능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코레일의 'A+'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강등했다. 독자신용도(SACP) 'bb-'는 유지했다. 이에 따라 자본구조 개선이 없으면 몇달 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이날 박준홍 S&P 이사는 보고서를 통해 "코레일이 지분 25%를 보유한 부동산 개발사업인 용산개발 사업을 추진해 온 드림허브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짐에 따라 코레일의 채권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강등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드림허브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취약한 현금흐름과 높은 차입금 수준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악화됐던 코레일의 독자신용도를 추가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코레일이 토지매각대금 가운데 이미 수령한 2조4000억원을 반환하고, 토지가격 하락에 따른 채권감액손실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사업 토지매각과 관련한 5조원 이상의 장기채권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 채권자산의 상당 부분 손실이 불가피하고, 이는 곧 코레일의 자본구조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
보고서는 "용산 개발사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 여부가 코레일의 자금조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