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엔화약세의 잠재적 위험성에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점유율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엔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철강업게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에 비해 현재까지 원·엔 환율은 20%가량 하락한 상태지만 일본산 철강재의 시장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어 우리 업계에 가시적인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역사적으로는 엔화 약세 시기에는 국내에 유입되는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이 늘어나곤 했다. 일본이 엔저 현상을 등에 업고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침투해 점유율을 늘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얘기가 다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말 기준으로 11월 일본산 열연강판(HR)수입단가는 달러화 기준으로 2.4%하락에 그쳤다. 또 엔화약세 기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래 원화 표시 수입 단가가 하락했음에도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과 일본산 HR 수입량 추이(자료 : 하이투자증권)
주요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장에서도 일본 철강사의 점유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의 동남아향 수출 증감률은 평균 0.4%늘어난 데 비해 한국은 1.6% 점유율을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데다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는 추세에서 무턱대고 가격을 내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철강사들이 환율 효과에 의한 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선택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져 역내교역 가격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엔화약세 기조가 계속된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철강사들이 환율 약세를 이용해 저가로 국내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정의 한국철강협회 국제조사팀장은 "지금 가격 자체가 워낙 저점이라 더 낮 게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화부채 부분에서는 조금이나마 이익이 있겠지만 이 기조가 계속된다면 일본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손해를 볼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수입되는 일본산 철강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시장 상황에 맞게 가격경쟁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과잉공급 구조가 동남아 시장 등 해외 시장에서 결국 부딪치게 돼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가격 대응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