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액토즈소프트(052790)와 아이덴티티의 국부유출 논란에 대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샨다게임즈가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이며 한국 계열사들이 ‘토사구팽’ 신세가 됐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국기업에게 한국 게임시장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또 하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샨다게임즈, ‘날개없는 추락’..언제까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샨다게임즈는 중국 최고의 게임사였다. 액토즈소프트의 개발작 ‘미르의 전설’ 시리즈에 힘입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갔고, 창업자인 천톈차오(陳天橋) 회장은 중국 최고의 부자이자 IT업계 뛰어난 전략가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슬슬 위기가 다가온다. 매출 측면에서 텐센트는 물론 넷이즈에게도 추월당한 것이다. 나스닥 주가는 3.4달러까지 내려갔는데 같은 중국기업인 바이두(106달러), 시나닷컴(55달러) 비하면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이다. 최근에는 계열사를 매각하는 일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부진은 기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게임의 인기가 줄어들고 이를 대신할 신작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시시각각 바뀌는 게임업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또 '인터넷세상의 월트디즈니'를 표방, 사업다각화에 나섰다가 실패한 점도 컸다.
일부에서는 천 회장의 독선적 경영방식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그는 지나치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고, 맘에 들지 않는 외부조언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몇년간 핵심임원 상당수가 퇴사하기도 했다.
◇“샨다는 한국기업이 아닌 한국게임을 산 것”
이와 더불어 샨다게임즈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도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가 '이용'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한국 온라인게임 전성기 시절만 하더라도 높은 개발력 및 노하우, 트렌드를 이끄는 힘 등 여러 모로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혁신과 동력이 부족해진 지금 중국기업들로부터 관심이 줄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전직 관계자는 애초에 샨다게임즈가 국내 게임사를 인수한 것 자체가 한국시장 공략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저 ‘미르의 전설’과 ‘드래곤네스트’라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력과 지적재산권을 가져가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 관계자는 “샨다게임즈는 불법적 요구로 인해 늘 액토즈소프트와 다툼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영진을 잘라냈다”고 전했다. 천 회장은 개인적 사정을 핑계로 한국에 한번도 오지 않았던 인물로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게임업계판 쌍용차 사태’, 막을 수 있나
인수합병(M&A)라는 합법적인 틀안에서 이뤄지는 중국기업의 ‘먹튀’ 행보에 대한 논란은 줄곧 있었다. 쌍용차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2003년 중국 비오이그룹이 하이닉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를 매입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상식적으로 투자자는 원금보다 더 큰 이익을 바라고 돈을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옥석 가리기’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윈윈’이 아닌 국익을 해치는 외자유입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며 “게임은 수출 효자상품이자 하이테크 기반 산업인데 당연히 몰상식한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규제가 쉽지 않으며 앞으로 얼마든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에서 무분별한 외자유입에 대한 논란은 꽤 있었으나 정부가 게임산업을 보호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지금으로서는 게임사 오너의 양심에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