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KBS가 이 달 중 제주에서 ‘코리아뷰’ 실험방송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데 따라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MMS(Multi-Mode Servic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MMS는 기존채널을 고화질(HD) 1개와 일반화질(SD) 2~3개로 쪼개서 내보내는 방식으로 이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데이터 압축 기술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압축 뒤 남아도는 주파수 대역에 채널을 만들 경우 KBS가 기존 1TV, 2TV에서 3TV, 4TV, 5TV까지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상파로서는 방송플랫폼을 여러 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MMS 도입을 요구해왔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강조하는 학계와 시민단체 역시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에 서 왔다.
반면 유료방송과 신문업계는 지상파 독과점을 우려해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방송 4사 가운데 KBS가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MMS 도입에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KBS는 지난 연말연초 2개월간 제주지역 일부에서 기상 등 4개 채널을 실험 운용한 데 이어 오는 11월까지 2개월간 제주전역에서 ‘코리아뷰’ 실험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조율 중이다.
KBS 관계자는 “방통위와 얘기하고 있다"며 "이 주 안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상임위원들에게 개요에 대한 보고는 했다"면서 "지상파 종일방송이 허용되면서 상황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언제 나올지 확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양측 다 ‘기술 테스트’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어 본방송이 당장 가시화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석 달 뒤로 다가온 방송환경의 디지털 전환 전후로 MMS 논쟁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력을 갖고 있어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특히 ‘본방송이 아니’라는 방통위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대선정국이라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결국 지상파를 끌어안으려는 포석 아닌가”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경우 지상파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강화할 수 있다는 원칙적 차원에서 MMS 도입에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코리아뷰’가 롤모델 삼고 있는 영국 ‘프리뷰’처럼 운용되는 데는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시청자 욕구가 큰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지상파가 MMS를 할 순 있다”면서도 “그 이전 직접수신율을 끌어올려서 보편적 시청권을 공고히 한 다음에 본방송을 개시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정책위원은 “지상파 직접수신에 관한 인프라는 허술하게 돼 있고 MBC와 SBS는 N스크린 같은 유료화에 눈 돌리며 참여하지 않는 상황인데 진정한 의미에서 공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KBS 채널만 늘리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한다”고 꼬집었다.
MMS를 공적 채널로 운영한다는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지상파 과점만 굳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 계열PP처럼 MMS를 운영할 경우 광고를 놓고 경쟁하는 유료방송시장의 SO, PP, 새롭게 등장한 종합편성채널 등이 거센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MMS는 공공재인 주파수 활용 문제, PP업계 공멸 문제, 지상파 광고 독식 문제, 편성 문제 등 굉장히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게 해결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하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MMS가 도입되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지상파채널을 많게는 20개까지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위해 5~6만 원대 별도 셋톱박스를 구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결국 정책당국의 세심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MMS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밥그릇 싸움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정책위원은 “방통위가 실험방송을 통해 화질이나 시청자 호응을 살피면서 먼산 바라보듯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좀더 적극적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