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KBS 1TV와 EBS만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규정한 현행 방송법을 개정해 지상파방송 전체를 의무재송신 범위로 묶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11일 '유료방송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미디어미래연구소 토론회에서 디지털시대의 보편적 서비스 정책 방안으로 방송법 78조 개정을 주장했다.
해당조항은 2005년부터 전개된 지상파 재송신 분쟁의 해결 실마리로 지목돼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물론 그 이전 방송위원회 역시 연구만 진행했을 뿐 지금껏 법 개정엔 누구도 손을 대지 못했다.
그만큼 지상파측과 유료방송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주장은 업계 이해관계를 벗어난 학계 제언으로 주목되는 목소리라 할 만하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채널은 법적 위상 달라야"
정 교수는 의무재송신 범위를 지상파 전체로 넓혀야 할 당위성으로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대가 산정이 ‘지상파가 유료화 되는' 상황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방송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로 유료방송과는 명확히 다른 위상을 지녀야 하는 만큼 ‘반드시 재송신 하라’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게 아니라면 수평적 규제체계로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채널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의무재송신 확대, 유료방송 편들기 아닌 시청자 보호 차원“
그는 지상파 재송신 이슈에 대해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는 “유료방송을 편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밝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의무재송신 대상에 묶이는 지상파는 공영방송에 한정하거나 공·민영방송 전체로 넓히는 안을 놓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 2TV까지 넓힐지, 이에 더해 MBC·SBS까지 포함할지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KBS 2TV가 의무재송신 대상에서 빠진 이유
당초 KBS 1TV, KBS 2TV, EBS로 규정된 의무재전송 대상은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2TV가 빠지면서 현재까지 이어진 상태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측에서 '채널 편성권'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의무재전송 대상 '축소'에 찬성했다.
바꿔 말해 지상파 재송신 정책은 보편적 서비스 개념이 최우선으로 견지되지 못한 채 업계간 다툼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정 교수는 “국내 미디어정책은 유료방송 정책만 존재했지 지상파방송정책이 없었”고, “유료방송정책도 도입 방안만 있었을 뿐 지상파방송과의 관계 속에서 고려돼야 할 미디어 복지는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은 이제 자사 콘텐츠로 공공연히 수익사업에 나서는 한편 유료방송에 대해서는 콘텐츠 저작권료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결국 ‘사후관리’보다 ‘사전관리’다.
방통위의 ‘현명한 역할’은 그래서 필요하다.
정 교수는 "의무재송신 범위를 지상파 전체로 확대하는 안은 방통위에 이미 있다"며 "관련 정책을 종편 개국처럼 밀어붙였다면 이 역시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의지 문제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