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다음 달 중 ‘미디어크리에이트(SBS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민영미디어렙)’ 허가 심사를 앞두고 지역민영방송사(지역민방)에 대한 SBS의 지나친 간섭이 도마에 올랐다.
SBS가 '네트워크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해 지역민방 사장단에 요구하는 내용은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SBS 프로그램을 85% 이상 편성하라는 것과, ‘8시 메인뉴스’에서 SBS 편성시간을 기존보다 5분 더 늘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을 따르게 되면 통상 ‘프라임타임’이라고 불리는 시간에 지역거주 시청자는 SBS 프로그램을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셈인데 SBS는 이를 ‘경쟁력 제고’ 차원이라고, 지역민방 노조는 ‘편성권 침해’라고 맞서는 중이다.
광고매출 배분도 논란거리다.
합의서는 지역민방의 매출총액이 당해년도 매출목표의 97%에 미달할 경우 지역민방은 매출비율에 대해 재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바꿔 말해, 매출총액이 광고매출 목표의 97%를 넘어설 경우 지역민방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처럼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SBS에 유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역민방 노조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SBS의 강요가 느닷없이 불거진 건 아니다.
지역민방 노조가 각사 사장단을 SBS와 동일선상에 놓고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배경을 밑자락에 깔고 있다.
지역민방 노조는 각 사 사장단이 SBS의 턱없는 요구에도 향후 운신 때문에 할 말을 못한다고 비판한다.
진짜 문제는 서울과 지역에 각기 근거지를 둔 방송사가 이른바 주종관계로 얽혀 있음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이다.
여타 지상파방송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MBC의 경우 종종 서울본사의 낙하산 사장이 지역MBC에 또 다른 낙하산을 낙하시키곤 한다.
KBS는 서울에서 물의를 일으킨 인사나 경영진의 눈 밖에 난 사람을 ‘유배’ 보내는 곳으로 지역총국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인사를 담당한 측이나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에게는 경고의 의미겠지만 그런 이를 수장으로 받아야 하는 곳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의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게 아니다.
일각에선 한국사회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거론하며 연방제가 아닌 이상 지역방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 건 어렵다는 이야기도 한다.
미디어렙법 제정으로 지역방송을 포함한 중소방송의 결합판매 비율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원에 목맬 게 아니라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냉정한 목소리도 나왔다.
틀리지 않는 지적이지만 로컬리즘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광고영업과 편성권을 동시에 틀어쥐고 서울이 지역을 노예처럼 거느리는 현실은 시정돼야 마땅할 터다.
지역방송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는 이미 나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SBS와 지역민방 노조 간의 갈등을 사업자간 문제로 치부하고 사후감시에 치중할 게 아니라 민영미디어렙 허가를 앞두고 이 문제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하다.
방송시장의 경쟁체제가 격화돼도 다양성 구현이란 가치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