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네이버와 한게임의 운영업체 NHN이 내부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모습이다.
‘본부-센터-실-팀’으로 구성된 기존 조직에서 실과 팀이 통합 과정을 거쳤으며,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곳은 대거 사라졌다. 이때 많은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경영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최성호 서비스본부장, 위의석 NBP 마케팅사업본부장, 홍은택 에코TF장, 최소영 포털운영센터장 등
NHN(035420)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주요 공신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NHN은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조직개편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 오너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직접 중앙집권화와 조직 슬림화를 주도한 것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배경으로는 복잡한 내부 상황에 대해 정리가 필요했고,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모든 기업들이 그렇겠지만 유독 NHN은 사내정치가 심한 회사로 알려졌다. 이는 창사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데 기본적으로 포털은 ‘인터넷 종합상사’답게 여러 가지 사업을 영위한다. 특히 NHN은 그 어떤 포털보다 사업 확장을 빠르게 추진한 회사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외부 전문가들이 들어왔는데 서로 가치관과 비전이 다르다 보니 갈등이 잦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NHN에서 이 의장 외 영향력 높은 4인을 꼽으라면 김상헌 대표이사, 이준호 최고운영책임자(COO),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최휘영 NBP 대표이사다.
여기서 ‘넘버2’는 단연 이준호 COO다. NHN 주요 주주 중 하나이기도 한 그는 ‘내부적으로 가장 입김이 세다'는 엔지니어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이어 김상헌 대표와 황인준 CFO는 각각 법조 및 재무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있으며, 최휘영 대표는 수익사업 전담 자회사인 NBP의 수장이다.
이를 두고 권력이 절묘하게 나눠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권력’이 불분명해진 한편 파벌싸움의 근원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NHN 내부관계자는 “이 의장이 자기 밑으로 일시분란하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리에 나섰다”며 “일부 구조조정과 자기 뜻에 맞지 않은 일부 임원들의 퇴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이 4.64%에 불과한 지분율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로서 회사 전반에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과 외부 주주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내외부적으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걱정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그를 수면 위로 부상시킨 계기다. 예전에는 고속성장이 지속되면서 딱히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불거지지 않았다. 이 의장도 모든 경영에 관여는 하되, 일본에 체류하면서 해외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NHN을 두고 ‘중동국가’에 비유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석유가 나오면서 풍요로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풍요는 사람들을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NHN 역시 마찬가지다. 검색광고라는 금맥이 터지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의 진취성과 적극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 게 사실이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해진 의장의 ‘NHN 조기축구회론’은 여기서 기인한다.
이 의장은 'NHN이 편해서 직원들이 회사를 조기축구회처럼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발언이 적지 않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NHN은 이제 슬슬 '석유'가 고갈되는 시점인데 딱히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 정비를 마친 이 의장은 이제 모바일과 SNS 등 신사업은 물론 심지어 인사와 복지 등 사내 거의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한 것과 비견될 수 있지만 이 의장 행보에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NHN 관계자는 “직원들이 야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 의장의 말에 팀 내에서는 남은 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명씩 조를 짜서 늦게까지 일하는 척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인사고과에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짜낸 고육책”이라고 전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공포 분위기 조성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존경과 비전을 전제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게 없이 ‘쪼기’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요새 헤드헌터 업계 쪽에서는 NHN 경력자들의 지원서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