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인류 역사는 ‘구속’이 강화되는 쪽으로, 혹은 ‘해방’이 확대되는 쪽으로 흘러왔다. 이 책은 이를테면 전자를 믿고 있는 쪽이다.
저자는 정보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적 입장에 서 있다.
각종 스마트 기기가 근래 들어 늘고 있고, 미디어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잘못’ 쓰면 인간을 옭아매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신기술 이용을 놓고 그것의 혜택을 받은 이와 받지 못한 자 사이의 간격이, 새로운 의미에서 계급 차별을 낳지 않을까 우려한다.
책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특정해 논리를 전개한다. 그리고 국내 디지털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공급자 중심’과 ‘수용자 복지 외면’을 꼽고 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격차 같은 역효과에 대한 경계와 대비 보다 정부 주도 아래 경제적 효과만 강조하다보니 ‘개발주의 패러다임’을 벗지 못하고 낙관적 전망만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는 영국과 비교하면 문제는 또렷해진다.
영국은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을 선정해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을 펼쳤다. 또 해당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방송 유지에 관한 찬반의사를 묻고, 100% 찬성하면 그때 가서 아날로그 방송을 ‘스위치 오프’ 했다.
영국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별, 채널별 순차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시점을 달리하는 2단계 전략을 쓰기도 했다.
예컨대 대서양 연안의 서부 지역부터 북부, 중부, 남동부 순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해 나가고, 해당지역에서는 BBC 2부터 전파를 끊고 이를 대체하는 디지털방송을 송출한 다음 다시 4주 뒤 BBC1 등을 끊는 식이다.
저자는 영국 사례에서 수용자에 대한 공적 책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려는 정책당국의 의지를 읽고 부러움을 토로한다.
이에 비해 국내의 경우, 특히 방송마저 산업으로 국한해 사고하는 이 정부는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가전업계 활황을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저자가 심층인터뷰한 정책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의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주저 없이 내놓는다. 한 지상파 전문가는 이렇게 비관한다.
“디지털 전환 홍보 부족, 디지털TV 보급 부족, 지상파 방송사의 송신설비 확충 보족, 정부의 의지 부족…. 한마디로 2012년 디지털 전환 완료는 불가능하다.”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정책에서 사회문화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균형 잡힌 디지털 정책으로, 또 정부ㆍ방송사ㆍ가전사와 같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을 수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보격차 해소방안에 관한 연구’를 재구성하고 최근 동향과 자료를 덧붙여 다듬은 것이다. 제목 ‘디지털 미디어 디바이드’는 계층간 정보 격차를 지적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