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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재전송 힘겨루기 ‘일촉즉발’
문제 근원 없앨 제도 개선 필요.."방통위가 나서라"
입력 : 2011-11-04 오후 6:26:32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지상파방송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SO)의 ‘저작권 대가 산정 협의회’가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SO는 3일 오전 지상파방송사들에 법원 판결에 따른 ‘권리 행사’를 오는 23일까지 유예해 달라는 의사를 전했지만, 양 사업자는 이를 문서화 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각서를 요구한 케이블 쪽 주장을 지상파가 거절하면서 회의가 10분 만에 깨질 만큼 분위기에 날이 서 있었다는 전언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이 합의에 임하는 자세를 봐서 확약을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이 말 자체가 합의정신을 벗어난 발언”이라고 말했다.
 
재송신 분쟁과 관련된 일련의 흐름 속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케이블SO다.
 
1심과 2심에서 연패한 데 이어, 지난달 말 법원이 지상파방송의 간접강제 요구까지 받아들여 수세에 몰렸다.
 
현재 케이블SO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하루당 1억5000만원 씩 누적(KBSㆍMBCㆍSBS 등 3사 각 5000만 원씩 지급)되는 벌금은 이들이 감당키 어려운 액수이고, 지상파방송이 요구하는 재송신 대가(디지털 가입자당 280원)를 인정하면 사업을 유지하고 타 플랫폼사업자와 경쟁하는 데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피하려면 결국 지상파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게 이들이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해 1심 판결이 났을 때는 항소한 뒤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지상파의 간접강제까지 인정해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케이블SO는 급한 대로 두 가지 전략을 써 위기상황을 막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는 재송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지상파방송에는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을 유예해 달라는 제안을 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방송이 확답을 주지 않자 위기감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전국 SO들은 오는 9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실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반대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지상파방송은 한결 느긋한 입장이 됐다. 손계성 한국방송협회 정책실장은 “법원의 간접강제 판결도 나온 만큼 협의가 신속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SO의 갈등은 당초 프로그램 저작권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현재는 재송신 분쟁으로 비화돼 국민의 시청권 문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번져 있다.
 
이 사안을 사업자 손에 마냥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방통위가 미디어미래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한 3일 포럼에서는 정부기관이 적극 나서 방송 분쟁을 해결한 해외사례가 줄줄이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방통위의 중재가 최선의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지상파방송과 케이블SO가 법적 소송을 불사하자, 방통위는 지난 8월 협의회를 꾸리고 양 사업자를 참여시켜 연말까지 합의를 도출해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치며 현재까지 유의미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 판결이 먼저 속속 나오고 있어 협의회 위상마저 흔들고 있다.
 
꼬일 대로 꼬여 있는 문제의 기원을 잘못 정착된 방송환경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지상파방송사가 난시청 해소에 힘을 쏟고, 케이블SO가 채널 질 제고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상대 쪽 사업자 역할에 의존하는 기형적 방송풍토는 애초부터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상파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10%대에 그치고, 케이블방송이 한동안 ‘지상파 재방송 채널’이란 오명에 시달린 것 모두 각자의 역할을 소홀히 했던 역사를 웅변한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지상파방송의 재허가 심사 때 난시청 해소여부는 의무적으로 살펴야 하는 조항인 데도 실제 조사에 들어간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을 통해 현 사안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지만, 장기적으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상파방송은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하는 의무재송신 채널로 확실히 묶어두고, 유료방송은 콘텐츠 질을 제고시켜 시청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값을 지불하고 뷔페처럼 골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케이블방송협회 관계자는 “시청자를 중심에 두고 정책 판단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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