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불법대출과 횡령, 고위층에 대한 권력형 비리, SPC(특수목접법인)을 활용한 부정부패 등 각종 비리 수사에 착수한지 8개월여만에 검찰이 대주주·경영진·정관계 인사 등 관련자 76명을 기소하며 수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2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9조원대에 달하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에 연루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과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등을 추가로 기소하는 내용의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며 1조395억원 상당의 책임·은닉 재산을 확보해 예금보험공사에 통보, 보전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책임재산은 은행 임직원과 관련 업체 보유 부동산 등 9741억원, 은닉재산은 차명으로 숨겨놨던 금융자산 등 654억원이다.
◇저축은행 비리 연결고리 : 1. 대주주·경영진
수사결과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는 불법대출 6조315억원(자기대출 4조5942억원, 부당대출 1조2282억원, 사기적 부정거래 2091억원), 분식회계 3조353원, 위법배당 112억원 등 총 9조780억원에 달한다.
중수부는 지난 3월부터 8개월 동안 130여명의 수사인력을 투입, 부산저축은행그룹 5개 계열은행(부산·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저축은행)이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금융비리에 직접 가담한 혐의로 사법처리된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원은 박연호(61) 회장과 김양(58) 부회장, 김민영(65) 부산저축은행장 등 20명이며, 이 가운데 10명을 구속기소했다.
박 회장을 비롯한 부산저축은행그룹 핵심 임원들은 금융당국과 고위층의 비호 속에 서민들이 믿고 맡긴 수조원대의 고객예금을 탕진했다. 아파트 건설사업부터 휴양지 개발, 납골당 건설, 선박 투자, 해외부동산 개발 등 각종 투기사업에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었고, '밑 빠진 독'처럼 고객의 소중한 예금이 투자실패로 대부분 공중으로 증발했다.
◇저축은행 비리 연결고리 : 2. 부실회계 감사·구명로비
수사의 칼날이 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고서 검사 과정에서 적발한 비리를 눈감아준 금융당국을 겨누면서 전·현직 금감원 간부와 조사역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고위층 인사들이 속속 검찰에 불러왔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차관보급),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 이어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 서갑원(49)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구명로비 등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도 검찰의 수사망을 피하진 못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또 청와대와 금융감독원의 고위층에 줄을 대기 위해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기소)씨를 비롯한 8명의 로비스트를 기용해 광범위하게 금품을 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은행들에 대한 검사·감독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를 눈감아준 전·현직 금감원 직원 8명, 국세청 공무원 7명, 감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공인회계사 4명도 적발됐다.
이런 가운데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온 영업정지 전 고위층 특혜인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병행돼 1100여명의 예금 인출자와 저축은행 임직원이 조사를 받았으나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저축은행 비리 연결고리 : 3. spc 관련 로비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외형상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9조9000억원의 국내 자산규모 1위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실상은 수조원대 고객예금을 불법대출해 직접 운영하는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에 쏟아부어 아파트 건설, 휴양지 개발, 납골당 건설, 선박 투자 등의 투기적 사업을 하는 등 전국 최대규모의 시행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검찰은 허위 정보를 제공해 포스텍 등이 부산저축은행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하도록 유도한 KTB자산운용사 장인환 대표, 캄보디아 개발사업과 관련 불법대출을 받은 특수목적법인(SPC) 대표 2명을 기소했다.
◇저축은행 비리 연결고리 4. :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직접 시행하던 건설사업 인허가 과정에서의 관련 공무원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 등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도 드러났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현안 해결을 위한 각종 로비·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김두우 홍보수석비서관과 은진수 감사위원,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각각 기소하는 한편,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서갑원 전 국회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삼화저축은행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금품 수수자인 공성진·임종석 전 국회의원을 각각 정치자금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날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은 "정관계 로비 의혹 등 남은 수사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이관해 계속할 방침"이라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부분은 철저히 수사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비스트 박태규로 정관계 '입구'는 끝?
지난 8월 말 캐나다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인 박태규씨가 자진귀국하면서 소강 상태에 빠졌던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박씨는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금융권까지 고위층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아온 거물급으로 알려져 있어 입을 연다면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박씨는 은행측에서 구명로비 청탁과 함께 17억원을 받아 거액을 정관계 등에 뿌린 것으로 드러났고, 박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구속됐다.
하지만 수사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박씨를 비롯한 8명의 브로커를 기용해 전국적으로 벌인 정관계 로비 의혹의 전모를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이금로 대검 수사기획관은 "금품을 직접 제공한 브로커나 은행 임원의 진술이 주된 단서가 되는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진술이 없는 이상 의혹을 파헤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남은 의혹에 대해서는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