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ELW(주식워런트증권) 매매 도중 부당한 방법을 썼다는 혐의로 기소된 스캘퍼(초단타매매자)에 대한 공판에서 'LP(유동성공급자) 호가 정보를 예측할 수 없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가 제시됐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ELW 스캘퍼 박모씨 등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는 "코스콤에 '호가 정보 전송량, 전송시간' 등에 대해 사실조회를 신청한 결과 '코스콤은 전체 종목의 일부 호가 정보만 거래소에 전송하며, 긴박한 시세 변동 등의 영향으로 전체 종목 호가가 변경될 경우 호가 정보 전송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회신이 왔다"고 말했다.
호가가 변동된 종목 수가 초당 최대 호가 정보 전송 건수를 초과할 경우 호가 정보 전송시간이 지연될 수 있으며, 전체 호가 변동 종목 중 일부만 전송된다는 코스콤의 답변은 '박씨 등은 LP 호가를 예측해 직전에 매수·매도했다'고 주장한 검찰의 주장을 뒤엎는 내용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코스콤은 'ELW 종목 9000개(현재 9211개 종목), 프로세스 별 초당 최대 호가 전송 건수 150개를 전제로 시세 급 변동에 의한 전 종목 호가가 변동된 경우 최대 30초간 호가 정보 전송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체 종목 호가가 변경될 경우 전송시간이 지연된다. 지연 시간은 호가 변동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답변했다.
또 코스콤은 '전체 종목에서 발생한 호가 정보 중 거래소에는 호가 정보 비율 및 호가 정보를 일부만 제공하는가'라는 물음에 "호가 정보는 마스터 루핑(Master Looping) 방식으로 전송하므로 발생한 호가 정보를 전부 전송하는 방식은 아니며, 전송되는 호가 정보의 비율은 당일 시장 상황 및 호가 집중 정도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답변했다.
마스터 루빙 방식이란 호가 수신 프로세서가 매매체결시스템(거래소)에서 수신한 종목별 실시간 호가 정보를 마스터 파일에 반영한 이후(종목 별로 최신의 호가 정보 관리), 별도의 호가 전송 프로세서가 미디어 파일을 열어 이전에 송신 이후 변경된 종목의 호가 정보를 전송하는 것을 일컫는다.
재판부에 따르면 코스콤은 ELW 거래의 경우 지난 9월 5일 기준으로 1초당 400건의 호가 정보를 거래소에 전송하고 있으며, 박씨 등이 ELW 거래를 했을 당시 코스콤은 2010년 11월 25일 기준으로 1초당 150건을 거래소에 전송했다.
답변서에서 코스콤은 전체 종목별 호가 변동량 전부를 증권사에 전송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추가 회선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코스콤 관계자는 "데이터를 즉시 전송할 경우 회선 대역폭을 초과하게 돼 데이터 손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호가 정보 전체를 제공하려면 코스콤과 전체 증권사와의 회선 대역폭을 증설할 필요가 있다"며 "대역폭을 증설하려면 회선 비용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앞선 공판기일에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었다.
지난 5일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조모씨는 "LP의 내재변동성은 예측할 필요 없이 계산하면 된다. 바로 직전에 거래된 값을 다음 거래에서 사용해도 큰 손해를 입지 않는 오차 범위 안"이라고 진술했다.
또 조씨는 "LP 호가 잔량은 매매자에게 꾸준히 잘 전달된다. '20초에 한 번'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다. 매매자가 아주 정확하게 내재변동성을 맞출 순 없지만, 오차 범위내에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ELW 시장에서 거래했던 경험이 있는 조씨는 2009년 초 주식·선물 자동거래 시스템을 개발해 350%가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며 투자자를 끌어 모아 36명에게서 35억원을 유치한 뒤, 이 돈을 임의 투자해 큰 손실을 본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반면 7일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LIG투자증권 IT추진팀장 오모씨는 "LP 내재변동성은 계산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된다. LP가 생각한 내재변동성과 매매자가 예상하는 내재변동성은 180° 틀리다고 생각한다"며 "LP 호가 잔량이 띄엄띄엄 회원사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ELW 시장에서 내재변동성을 추정한다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이 LP의 내재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증인 간의 진술이 엇갈리자 재판부는 박씨의 변호인 측에 "KOSKOM(한국전산증권)에 LP 호가 잔량을 회원사에게 몇 초 단위로 전송하는지 직접 사실조회를 요청하라"고 변호인 측에 지시한 바 있다.
한편, 박씨 등에 대한 공소장 내용의 일부를 변경할지 여부에 관련된 입장을 이날 밝히겠다던 검찰은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재판부에 말했다.
지난 27일 검찰은 "박씨 회사의 한달간 거래내역을 분석해서 박씨 등이 어떤 방식으로 ELW 거래를 해왔는지 파악, 공소장의 일부 내용을 변경할 지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검찰 측의 피고인 신문은 다음 공판기일인 27일 이후로 이후로 미뤄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LIG투자증권, 대우증권, 한맥투자 증권의 ELW 관련 IT 담당자들이 법정에 나와 증권사별로 어떤 ELW 거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 구성도를 직접 설명했다.
27일에는 박씨의 회사가 ELW 시장에서 거래하던 프로그램 기법을 설명하는 '전략기법 설명회'가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열리며,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 여부에 관한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