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서 전세가 빠르게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는 가운데 임대소득자에 대한 과세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월세 폭탄'으로 서민들의 부담은 크게 늘고 있지만 오른 집세를 받는 집주인, 이른바 임대주들에 대한 과세체계가 허술해 올려받은 집세가 고스란히 불로소득이 되고 있는 것.
12일 국토해양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 등에는 임대소득도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명시돼 있다.
1가구 2주택이상으로 월세를 받거나 1주택이라도 기준시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인 경우는 소득세 과세대상이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세 임대소득에 관해서도 소득세가 적용된다.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중 전세보증금 합계액이 3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60%의 이자 상당액만큼 세금을 내야한다.
그동안 월세는 세금을 걷고 전세에 대해서는 비과세 처리돼 과세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에 대한 과세는 커녕 기존 주택에 대한 임대소득세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실정이다.
◇ 임대소득세 50%도 안걷혀.."자진신고하라니..순진한 발상"
문제는 현행법상 임대한 주택에 대한 소득이 정확히 신고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집주인이 임대소득을 '자진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 세무서에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전세과세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전세보증금에 과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 대부분의 임대자들은 월세를 전세 계약처럼 꾸미거나 임대소득을 아예 신고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올 1월 신고된 월세 임대소득세 신고는 지난 2009년 기준, 5만7000건으로 1조177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체 규모의 50% 정도가 신고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임대업자들이 신고를 하든지 탈세제보를 해줘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누락현황을 파악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관할 세무서에서 신고는 돼 있지만 세금을 누락한 경우만 가산세를 붙이는 등의 일부 제도적 장치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임대소득이 제대로 신고되지 않고 탈루되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과세할 방안이 없다는 볼멘소리다. 달리 말하면 국세청이 범죄를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002년 폐지됐다가 올해부터 다시 시행되는 전세 임대소득세 도입은 일부 주택소유자가 세입자에게 세금을 전가할 우려 등으로 반발이 있었지만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세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올 1월1일 이후 발생한 소득분부터 적용되고, 내년 5월에 자진신고하기 때문에 적용규모에 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전세 임대소득세 환영하지만.. 실효성은 글쎄
과세논리로 보면 전세임대 소득과세는 타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현대 세정의 원칙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총무팀장은 "조세의 형평성 확대, 투명한 세원확보, 부동산 임대자료의 정책적 활용,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다른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투기적 수요완화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과세를 환영했다.
반면 전세 임대소득세가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 중'으로 한정해 불합리한 세제가 될 수있다는 비판도 있다.
고가주택에 대한 기준은 없고 1가구 3주택 이상 기준만 적용돼 1~2채를 보유한 사람이 아무리 많은 보증금을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고가 주택 두채를 가진 사람이 20억원의 보증금을 받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반면 저가 주택 3채를 가진 사람이 4억원의 보증금을 받으면 과세 대상자가 되는 식이다.
월세과세 기준도 월세 수입이 아닌 주택의 기준시가(9억원)로 과세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8억9000만원짜리 집주인이 월세를 300만원 받아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지만 9억1000만원짜리 집주인이 월세를 200만원 받으면 세금을 내야한다.
이처럼 현행 임대소득세법은 제도적으로 개선되고 시정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불성실 신고에 따른 탈루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입자는 "세입자는 꼬박꼬박 월세를 내는데 돈 있어 집산 집주인은 불로소득아니냐"며 "자진신고라는 순진한 발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 자발적 신고환경 만들어야..전월세도 소득공제 적용해야
김선달 경실련 부동산정책팀장은 "임대소득세법의 가장 큰 문제는 집주인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발적인 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또 "월세뿐만 아니라 전세에도 소득공제를 적용한다면 세입자들의 신고가 늘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올해부터 신설된 '월세 소득공제'제도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득공제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자에게만 적용돼 대상자가 한정돼 있다. 또 일부 집주인은 월세수입이 노출될까봐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 조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직접 전가하거나 월세를 올려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정부가 전월세가격 실거래가를 제대로 조사한다면 세금을 제대로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실거래가를 조사해 신고가 제대로 되게 하고, 초기 정착을 위해서 충분한 인력과 조직이 제대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것이 선 부소장의 주장이다.
선 부소장은 또 "세무조사까지는 아니어도 비슷한 수준의 조사를 통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의 과세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