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지훈기자] 일본 동북지역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으로 최악의 방사능 재앙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내 원전의 경우 내진설계가 되어있어 큰 문제가 없으며 원전의 에너지 효율성을 들어 현재 원전 운용 방식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상의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 원전이 지진으로 무너지고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산업의 현황과 안전성을 몇차례로 나누어 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 18일 환경재단과 학계, 시민사회 인사 77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원전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 앞에 겸허하지 않고 과학기술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맹신이 만들어낸 인재"라면서 "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전이 가진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와 문제제기가 커지는 가운데 여전히 '원전르네상스'라는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 "국내 화석연료 갈수록 부담..원전수출로 일자리·국가 위상 높일 것"
정부의 고집스런 원전계획 추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한 책임연구원은 "최근 중동사태에서 보듯 국제시세의 변동이 큰 화석연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원자력발전에 관심이 기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원은 정부가 원전수출에 관심을 쏟는 이유로 막대한 연구비용의 회수, 일자리 유지, 정치·외교적 위상, 국내원전의 포화 등을 꼽았다.
특히 일자리의 경우 "80년대 이후 신규원전을 건설하고 유지·보수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해 젊은 인력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지금도 원전인력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에 한국인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전은 지진 이력의 여부, 활성단층의 유무, 냉각수 확보 등 부지선정이 까다로워 국내건설은 조만간 포화상태에 이를 것" 이라며 해외수출에 눈돌릴 수 밖에 업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 수출전망에 대해선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세계 원자력 산업은 타격을 받고 한국의 원전수출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라늄 수급, 테러,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등 일각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연구원은 "우라늄 생산지가 호주, 캐나다 등에 분산돼있고, 장기계약을 맺어 수급이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지식경제부는 2010년 당시 "장기계약으로 2013년까지 원전연료를 확보하고 한수원은 비상시를 대비해 2년분의 농축우라늄과 우라늄 정광을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우려에 대해서도 "원전 외벽은 콘크리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철 구조물로, 실제 실험결과 9·11테러와 같이 보잉747이 들이받아도 손상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폐기물은 '타다 만 새카만 연탄'에 빗대며 "단순히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 일 원전사고 이후 각국 계획수정.."대체에너지 현실적인지 회의적"
그러나 지난 3월11일 일어난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전세계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안전성과 기술력에서 최고를 자부한다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방사능 유출 등 계속되는 위기사태는 다른 나라의 원전 계획도 수정하게 만들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7기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계획을 3개월 유보하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18일 '27기의 신규원전 건설의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원전을 대체할 대안을 염두하고 이런 발표를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태양광발전 전문가 P씨는 "원전을 대체할 특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일찌기 원전사용을 중단한 스웨덴도 슬그머니 재가동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태양광, 풍력 등 대안으로 거론되는 대체에너지의 현실적 어려움을 꼬집으며 일부에서 제안하는 대체에너지 대안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태양에너지는 생명활동이 압축된 화석에너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대단히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으며 "태양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하려면 한반도 전체를 전지판으로 뒤덮어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조량의 변동성으로 전기 저장이 필수적이지만 이것도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태양전지판 제작에 들어가는 전기가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보다 많다"며 대체에너지의 현재 취약한 경제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로 작은 지역의 전력공급은 가능할 수 있으나 산업용 등 대규모 전력수요를 커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현재 대체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신하지 못하지만 기술의 진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며 "원전에서 얻어지는 고온을 통해 생산가능한 '수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발전 전문가 P씨는 "풍력발전의 경우 수리가 어렵고, 건설을 위해 대형크레인의 진입로를 내야하는 등 막대한 녹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하며 "이처럼 대체에너지를 거론할 때는 간접자본과 기회비용까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