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융당국이 이른바 ‘700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700종신은 보험료 납입기간은 20년이지만 가입 후 7년이면 해약환급금이 납입보험료의 100% 수준에 도달하는 상품입니다. 사망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종신보험이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성보험처럼 판매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장면입니다. 2024년 초에도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경쟁에 당국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당시 일부 상품은 10년 유지 시 환급률이 130%를 웃돌았습니다.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하는 불완전판매나 부당 승환계약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돌려받을 돈이 많다는 설명은 솔깃합니다. 다만 그 숫자에 도달하려면 적지 않은 보험료를 꾸준히 내고 계약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험료 부담이 큰 종신보험을 끝까지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중도에 해지하면 낸 보험료조차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대했던 환급률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내 이야기가 아닐 수 있는 셈입니다.
종신보험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장의 사망 이후 남은 가족의 생계 보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1인 가구가 늘고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유족에게 남겨줄 돈보다 살아 있는 동안 쓸 치료비와 노후자금이 더 필요한 소비자도 있습니다. 실제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4년 상반기 109만3113건에서 올해 상반기 86만4340건으로 줄었습니다. 여기에 환급률을 앞세운 종신보험들도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생보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망보장은 생명보험의 기본적인 역할이고, 종신보험은 이를 대표하는 상품입니다. 생보사들의 보장성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상반기 22개 생보사의 개인 보장성보험 신계약금액 중 약 40%가 종신보험입니다.
최근 건강보장을 더하거나 노후 생활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종신보험이 나오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망 이후 가족을 위한 보험에서, 생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보험으로 쓰임새를 넓히는 모습입니다. 달라진 소비자에게 종신보험이 필요한 이유를 새롭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달라진 쓰임새가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질지입니다. 이번에는 환급률의 유혹 없이 상품 다변화로 줄어든 판매를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미지=챗GPT)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