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집값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대출 문턱도 높습니다. 정부가 내년 도입을 추진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도 이런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등을 구입할 때 정책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집과 정부가 지원하려는 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청년층에 공급된 보금자리론 약 12조원 가운데 아파트 구입에 사용된 금액은 11조6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비아파트 구입에 쓰인 금액은 4000억원에 그쳤습니다. 정책대출 이용 실적만 놓고 보면 청년들의 선택은 아파트에 쏠려 있는 셈입니다.
청년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살기 편해서만은 아닙니다. 집은 거주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산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첫 집은 평생 살 곳이라기보다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가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집니다. 어렵게 빌라를 구입했더라도 나중에 팔리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결혼이나 출산으로 더 넓은 집이 필요해져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이사조차 쉽지 않습니다. 내 집 마련을 돕겠다던 정책이 오히려 다음 집으로 옮겨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비아파트를 구입했다가 향후 아파트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대출 지원에만 그칠 게 아니라 이후 주거 이동까지 고려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정부의 설명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청년들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제공하려는 것이고, 월세를 내는 대신 비슷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 보금자리론을 통한 아파트 구입 지원도 유지됩니다.
다만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과 잘 팔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당장 대출 문턱을 낮춰준다고 해도 몇 년 뒤 집을 팔아야 할 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 됩니다. 아쉬운 대목은 이런 우려에도 비아파트의 환금성 문제를 덜어줄 구체적인 보완책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책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첫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만은 아닙니다. 그 집을 발판 삼아 다음 집으로 옮겨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말하는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첫 계단뿐 아니라 그다음 계단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