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발표에 이전 대상 부처뿐만 아니라 세종시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공무원 정원 기준 약 1만 명이 이전한다’는 소식에 세종 인프라난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물이 있을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할 텐데’, ‘전월세 또 오르겠지’, ‘도로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KTX 표도 매진인데 발이 묶일 듯’ 등 벌써부터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우선 세종시 입주 물량은 부족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있습니다. 다만 1만 명 이전이라는 숫자만으로 주택난을 단정하기보다는 이전 시기와 실제 이주 수요, 주택 공급 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는 2027년 이전하는 기관은 27개, 대상 인원은 2995명으로 약 3000명 수준입니다.
2026년 10월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일대 건물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계획을 보면 나머지 17개 기관, 6934명은 청사 신축을 거쳐 2031년께 이전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전체 이전 인원이 한꺼번에 세종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내년에 1만 명분의 주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27년부터 이전이 시작되는 만큼 단기 수요에 대응할 주택과 임대 물량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첫 번째 과제입니다. 세종시의 입장은 어떨까요.
내년 이전 인원이 3000명 수준이고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만큼 당장 대규모 주거 대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건설 중인 아파트의 준공 시점 등을 고려하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행복도시에 남아 있는 6만4000세대 규모의 주택 공급 계획도 신속하게 밝혀야할 사안입니다. 공급 계획이 불투명할수록 시장의 불안 심리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계획 주택과 실제 착공·준공 주택이 다를 수 있고 이전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시기와 주택 입주 시점이 맞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남습니다. 기존 주택의 매매·전월세 물량 역시 지역과 면적, 가격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2021년 12월8일 세종시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따라서 공급 부족 여부를 판단하려면 전체 주택 계획만 볼 게 아니라 2027년 이전 기관의 이주 시기와 지역별 입주 예정 물량, 현재 임대 가능한 주택, 가족 동반 이주 비율 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현재 정부 발표만으로는 이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주택 물량과 수급 전망을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정교한 맞춤형 주거 대책이 조속히 정립돼야 합니다.
주택 공급 물량 확보와 맞물려 ‘주택 특별공급(특공)’ 재개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직장이 세종으로 이전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제공하는 것은 주거 안정에 대한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과거 특공 제도가 일부 공무원들의 불로소득이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변질돼 국민적 분노를 샀던 부작용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무주택자 우선 배정, 실거주 및 장기 보유 의무화 등 촘촘한 반부패 안전장치를 전제로 한 ‘주거 안정용 특공’으로 재설계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23년 9월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오송역에 열차 선로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거 문제 못지않게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깊이 우려하는 대목은 바로 ‘교통 및 생활 인프라난’입니다. 이미 KTX 오송역은 좌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과부하 상태입니다.
‘급한 호출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코레일과 에스알(SR)이 통합했지만 매진 행렬만 거셉니다. 세종시 내 주요 도로의 출퇴근길 정체 역시 만성화되고 있습니다. 2027년부터 3000여 명의 공무원이 우선 유입되고 2031년까지 1만 명 규모의 이주가 순차적으로 완성되면 교통 대란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KTX 운행 증편과 더불어 광역 BRT 노선 개편, 시내버스 환승 체계 강화 등 유연한 교통 인프라 확충이 선제적으로 이뤄야할 대목입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나홀로 출퇴근’이 아닌 온전한 ‘가족 동반 이주’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 확충, 교육청과 협력한 자녀 교육 여건 개선, 배우자 공무원 인사교류 지원 등 세심한 생활밀착형 정착 지원책이 다각도로 병행돼야합니다.
관건은 ‘1만 명’의 숫자가 아니라 그 인원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입니다. 공급 부족을 과장해 불안을 키울 필요는 없지만, 순차 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려를 가볍게 볼 수도 없습니다.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수요 분석, 교통 대책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실행할 때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도시 성장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6년 9월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가교통정보센터에서 직원들이 주요 도로와 철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