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당의 외연 확장은 집권을 위한 중요한 전략입니다.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선거에서 더 큰 승리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며 당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시도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확장의 방향과 속도입니다. 세력을 넓히려는 노력이 당의 역량을 키우는 대신 내부의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애초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6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석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출범한 태스크포스(TF) 등 각종 조직은 수십 개에 이릅니다. 기존 조직의 혁신을 위한 기구부터 새로운 지지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조직, 두 번째 당사 확보를 추진하는 조직까지 종류와 역할도 다양합니다. 당의 체질을 바꾸고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달라진 정치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을 겁니다.
조직을 새로 만드는 일과 당의 역량을 키우는 일은 별개입니다. 새로운 조직이 출범할 때마다 인력과 예산, 관심과 정치적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각 조직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기존 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역할이 겹치거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각 조직의 독자적인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조직의 증가는 곧 당의 부담이 됩니다. 일은 많아지는데 정작 무엇에 힘을 집중해야 하는지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김 대표의 구상에는 동심원처럼 당의 세력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그림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당의 중심을 단단하게 유지하면서 외곽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가는 전략입니다. 중심이 충분히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곽만 넓히려 한다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힘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당을 지탱해야 할 힘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질 수 있습니다.
당의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는 현실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지지율은 당의 조직 운영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정부의 국정 운영과 정치 현안, 야당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더라도 수많은 조직을 새로 꾸리고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공을 들였다면, 그 노력이 실제 지지층 확대와 민심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조직의 숫자와 활동의 양이 성과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당 내부의 상황도 우려스럽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는 것은 건강한 정당이라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정책과 노선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당의 방향을 바로잡고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과 견제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상대방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당의 힘을 키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당 안에서 누가 더 많은 힘을 차지할지를 둘러싼 다툼에 매몰되기 때문입니다.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가 내부의 결속과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면 기존 지지층과 새롭게 합류한 세력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당의 핵심 의제가 무엇인지, 어떤 정책으로 국민의 삶을 바꿀 것인지, 구성원들이 무엇을 위해 함께하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중심이 분명할 때 외연 확장도 힘을 얻습니다. 중심이 흐릿한 상태에서 조직만 늘린다면 외부의 지지를 끌어들이기는커녕 내부의 혼선만 키울 수 있습니다.
정당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집권입니다. 집권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얻는다는 뜻에 그치지 않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을 만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당의 역량을 결집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과정입니다. 김 대표 역시 민주당이 더 큰 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면 기존 지지층을 넘어 외부로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 문제의식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조직 확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조직을 얼마나 더 만들 것인지보다 이미 만들어진 조직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각 조직의 목표와 역할, 성과를 점검하고 기능이 중복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직은 통합하거나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당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민생과 정책, 국민과의 소통처럼 집권 경쟁력을 좌우하는 과제에 당의 인력과 관심을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가지가 많아도 뿌리가 약하면 나무는 제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지금 돌아봐야 할 것은 조직의 외형이 아니라 당을 하나로 묶는 중심의 힘입니다. 확장을 멈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확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분산된 힘을 안으로 모으라는 겁니다.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이제는 집중하는 정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