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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입력 : 2026-10-15 오후 9:36:32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치에서 말은 쉽지만 원칙을 지키는 일은 어렵습니다. 특히 자신이 내세운 기준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올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비판할 때는 엄격했던 잣대가 정작 자신을 향하자 느슨해진다면, 그 원칙은 과연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이 지금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김 대표는 당대표 취임 전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내용을 외부로 유출할 경우 문책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 내부 논의가 외부로 새나가는 일을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정당 내부의 논의와 의사결정 과정이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비공개 회의의 신뢰가 무너지면 자유로운 토론은 위축되고, 당내 의사결정 과정도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신천지 교인들의 민주당 집단 당원 가입 정황이 당 내부의 비공개 보고 과정을 거친 뒤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누가 어떤 경로로 관련 내용을 유출했는지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특정인을 유출 당사자로 지목하거나 책임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과거 제시했던 원칙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김 대표가 당시 밝힌 입장을 지금도 유효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번 사안에서도 비공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절차가 뒤따라야 합니다. 고의적인 유출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물론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누군가를 문책하거나 징계해서는 안 됩니다. 문책을 예고한 과거의 발언이 있다면 그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김 대표는 아직 유출 당사자에 대한 문책이나 징계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과거 발언과 현재 대응 사이에 온도 차가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당내 비공개 정보의 유출이 잘못이라면 그 정보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강조했던 원칙을 지키는 일은 상대방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때보다 자신의 조직을 향할 때 더욱 중요합니다.
 
민주당의 태도에서 일관성을 묻는 이유는 이번 사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과거 국민의힘에서 신천지와 통일교 교인들의 집단 입당 정황이 불거졌을 때 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당원 가입이 특정 종교 집단의 조직적인 정치 개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고,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정당으로 가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내놓았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위헌정당 관련 주장을 종교인의 집단 입당 문제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옹호했다는 점 등 다른 정치적·헌법적 사유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의힘에 대한 당시 비판과 현재 민주당이 직면한 의혹을 완전히 동일한 사안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위헌정당이라는 판단에는 별도의 엄격한 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하며, 집단 입당 정황만으로 정당의 위헌성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제기했던 문제의식까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종교 집단이 조직적으로 정당에 가입해 당내 의사결정이나 당의 정치적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 어느 정당에서 발생했든 그 실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에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을 요구했다면, 민주당에서 유사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같은 수준의 검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당의 이름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적용했던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결국 정치의 신뢰와 직결됩니다. 야당을 향해서는 원칙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속한 정당의 문제에는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과거의 비판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불리한 사안이라도 과거의 기준을 지키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면 비판의 정당성도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성급한 문책도, 근거 없는 책임 추궁도 아닙니다. 우선 비공개 보고 내용이 어떤 경로로 외부에 알려졌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의도적인 유출이 드러난다면 과거에 제시한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을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신천지 교인 집단 당원 가입 의혹 역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직적인 가입이 있었는지와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당당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정치는 말보다 실천으로 평가받습니다. 상대방에게 요구한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자신에게 불리할 때도 그 기준을 지키는 것이 책임입니다. 과거 국민의힘을 향해 제기했던 비판이 지금 민주당을 향한다고 해서 그 기준을 바꾸려 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선택적 원칙이라는 비판뿐입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정치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김 대표와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과거의 발언을 피해 가는 논리가 아니라, 과거에 내세웠던 원칙을 지금도 지키겠다는 분명한 태도입니다. 원칙은 상대방을 비판할 때만 꺼내 드는 무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때도 흔들림 없이 적용해야 할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동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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