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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데스크
입력 : 2026-10-13 오전 6:00:00
미국 기반 언론 홍보 플랫폼인 <Muck Rack(먹랙)>이 지난 3월 19일 발표한 '기자의 AI 도구 사용 비중'에 따르면 오픈 AI를 하나 이상 사용하는 기자 비중은 82%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언론인 900명 안팎이다. 지난해 77% 사용량에서 5%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반면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에서 18%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8.1%가 직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직전 연도인 2024년에 한국기자협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20%만 사용하던 것에서 두 배 이상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다. 활용 분야는 자료수집과 분류부터 데이터 분석, 번역·교정, 녹취 정리, 기사 텍스트 작성 등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기자들이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AI가 없다면 기사를 어떻게 쓸지 막막하다고 말할 정도다. 자료를 찾고, 발제의 방향을 잡고, 문장을 다듬는 과정에서 AI는 어느새 익숙한 동료가 됐다. 막막한 취재 앞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복잡한 자료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분명 유용한 도구란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AI는 기사를 돕는 조력자를 넘어선 모습이다. 발제의 방향을 제안하고, 기사의 논리를 세우며, 제목과 문장까지 다듬는다. 기자가 무엇을 취재하고 어떻게 전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기자가 AI 제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기사의 방향을 잡는 또 하나의 데스크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어둠의 데스크'를 두고 기사를 쓰고 있는지 모른다. 
 
한때 자신이 사용하는 AI에 ‘네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걸 바탕으로 봐주지 말고 나를 신랄하게 말해줘’라고 입력하는 밈이 유행했다. 필자도 이 문구를 친한 기자들에게 공유했다. 돌아온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었다. 한 후배 기자가 AI로부터 받았다는 말이었다. "기사를 이렇게 봐줄 거면 내가 기자 하지"
 
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에는 묘한 역설이 담겨 있다. AI가 기사를 그럴듯하게 다듬고 논리까지 짚어낼 수 있다면,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AI가 내놓는 답변이 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듯한 답변과 검증된 사실을 구분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AI가 기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묻는 순간, 기자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진=제미나이)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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