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묘하다. 내란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고 사실상 정치적 활동이 제한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현직 대통령 룰라를 앞섰다. 현재까지 플라비우는 47%를 얻어 룰라(45%)를 제쳤다. 오는 25일(현지시간) 결선투표까지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플라비우는 룰라의 '경제 실책' 등을 지적하며 표심을 모았다. 동시에 룰라 정부와 가족·측근을 둘러싼 수사·부패 의혹이 선거 프레임으로 작동하면서 표심을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룰라가 집권하던 시기 실업률은 5.3%까지 내려갔고, 평균소득도 상승하는 등 거시지표에선 유리한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
그러나 도덕적 문제를 파고들면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말 룰라의 전 비서실장 마르콜라와 로비스트의 관계가 대통령실까지 의혹을 확산시켰다고 보도되면서 파장을 커졌다. 이에 룰라도 인터뷰를 통해 전 비서실장의 행동이 대통령실에 불신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시기에 룰라 대통령의 아들 파비우 루이스 룰라 다 시우바를 둘러싼 수사도 집중 보도됐다. 경찰은 INSS 연금·사회보장 부정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룰리냐(룰라 대통령 아들)에 대한 3건의 수사를 개시했다.
다만, 룰리냐 측은 증거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 반박하고 있다. 아직까지 어떤 혐의도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부패'란 키워드로 '룰라 심판'이란 프레임이 커지면서,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가택연금된 아버지의 아들에게 선거 국면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프레임은 어느 나라 정치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이민 문제에 대한 미국 유권자의 불안과 강경한 국경정책 요구를 트럼프가 선거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고, 이를 지지층 결집으로 연결했다. 그 결과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로 프레임 전쟁이 또 한 번 제기됐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불순한 영화' '역사왜곡'을 말하면서 나아가 '문화전쟁'으로 프레임을 끌고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당시 육영수 여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영화적으로 풀어낸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프레임은 대중들에게 쉽게 각인된다. 영화를 직접 보지 않아도 ‘역사왜곡 영화’라는 설명을 먼저 접하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 틀에 갇힐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번 더 들여다보는 태도다. 정치권이 던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사실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재선에 도전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유세차에 올라 브라질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