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폭발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사고의 성격도 조금씩 선명해졌습니다. 지난달 21일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지뢰 매설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 군과 유엔군 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지난달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명합니다. 부상 장병의 회복을 챙기고,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따지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열흘 동안 국민의 눈에 들어온 정치권의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부상 장병을 직접 위로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상 장병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사고 당일 SNS로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원수의 모든 현장 대응이 직접 방문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아쉬움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통령의 현장 대응과 메시지가 좀 더 적극적이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여당의 대응 역시 신속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사고 일주일 뒤인 지난달 28일이었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장 조사에 동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제안한 현장 검증보다 국회 차원의 현안 질의와 청문회, 국정조사가 먼저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정부와 군의 현장조사가 늦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단되는 순간, 이 사건은 여·야 어느 한쪽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게 됩니다.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한의 행위라면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한 목소리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사안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의 공방은 어느새 '누가 더 잘못했느냐'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당은 야당이 장병들의 희생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다고 비판하고, 야당은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 사고 대응을 늦췄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 나오면 야당은 또 다른 의문을 제기하고 야당의 비판이 나오면 여당은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칩니다.
정작 지뢰가 터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습니까. 부상당한 장병과 가족의 걱정이 남았습니다. 군이 왜 위험한 작전에 투입됐는지,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습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라는 국가적 과제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는 '네 탓'만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지뢰 폭발 현장에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진상 규명이고, 책임 공방보다 재발 방지책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지뢰가 폭발한 자리에는 군 장병의 피와 국가의 책무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네 탓'만 남아서는 안 됩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