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이번 밥상에도 어김없이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름이 오릅니다. 1년 사이 조 대법원장 관련 이슈는 어느덧 청와대와 사법부의 '힘겨루기'가 됐고, 이른바 청와대의 '김현지 지키기'는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추석 밥상에 다시 오른 두 사람 관련 민심의 향방이 하반기 국정 운영의 키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복되는 '김현지 지키기'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추석 밥상에는 부동산과 주식 등 경제 현안과 함께 △인사 참사 △김현지 '비선 실세' 의혹 △대법관 재제청 문제 등이 오를 전망입니다.
지난해 이맘때를 복기해 보면 추석 밥상에 오르는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부동산과 주식은 단골 메뉴였지만, 정치 현안마저 같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시즌을 앞두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강행과 여당의 '사법개혁' 속도전은 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여기에 국정감사를 목전에 두고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김현지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보직 변경을 통해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았다는 겁니다.
우상호 전 정무수석(현 강원도지사)은 당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실장이 "출석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대변했지만, 오히려 정무수석의 변호가 실세론을 가중시켰습니다. 또 우 전 수석의 호언장담과 달리 김 실장은 국정감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배치기' 충돌까지 이어가며 '난장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청와대의 '김현지 지키기'는 여전하다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이재명정부 2기 개각은 '인사 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에 인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진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야당에서는 인사 참사의 배경에는 '성남·경기 라인'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김 실장 등 핵심 그룹의 방어를 위해 비서실장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입니다. 1년 전 '보직 변경'을 통한 국정감사 출석 방탄이 반복됐다는 건데요. 당시에도 김 실장은 끝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현시점에서 김 실장을 경질하면, 비선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인사위원장인 강 실장이 책임을 졌으니 실무진인 인사수석까지 책임을 져 사퇴하고, 외부의 개입이 불가능한 인사 시스템 재정비를 공식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김 실장과 관련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실장과 김 실장의 갈등설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내부 갈등설 류의 근거 없는 악의적 추측성 보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일부 기사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폭발하는 재제청 갈등…청, 강한 '불쾌감'
조 대법원장과 관련한 이슈는 1년 사이 더욱 커졌습니다. 현재는 청와대와 사법부의 '정면충돌' 양상인데요.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25일 만입니다.
청와대도 강경 대응했습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한 것이라며 '헌법 위배 인식'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이번 입장에 대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청와대는 이날 이례적으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두 번의 입장을 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을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 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흠결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입장 발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는데요.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보낸 전자문서 관련 내용까지 공개하며 "국민이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것이, 사법부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야당은 대대적 공세에 나섰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법권 재제청 요구 자체가 삼권분립을 짓밟는 헌법 위배"라며 "(청와대가) 만약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간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당의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건데요. 청와대와 조 대법원장의 힘겨루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