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6조원 넘게 불어나며 7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계좌 수는 거의 늘지 않았지만 실제 빌려 쓴 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계좌당 대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69조728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말 63조6409억원과 비교하면 6조874억원, 9.6% 증가한 규모입니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한도가 아니라 차주가 실제 사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 잔액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계좌 수는 486만9319개에서 489만3636개로 2만4317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증가율로 보면 0.5% 수준입니다.
계좌 수는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대출 잔액은 10% 가까이 증가하면서 계좌당 차입 규모가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실제 유효 계좌 수를 기준으로 계산한 계좌당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약 1307만원에서 올해 7월 말 약 1425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7개월 만에 계좌 하나당 평균 대출액이 약 118만원, 9.0% 늘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늘어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4월 이후 집중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증가한 잔액은 5조7827억원으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증가액의 95.0%를 차지했습니다. 연초 이후 증가분 대부분이 최근 몇 달 사이 발생한 것입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7월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잔액은 1조1496억원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계좌 수 증가율은 약 0.1%에 그쳤지만 잔액은 1.7% 증가했습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규모를 과거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올해 7월 말 잔액은 분기 말 기준으로 2021년 말 70조1814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2021년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습니다. 주식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투자 수요도 확대됐습니다.
최근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 역시 투자 목적의 신용 수요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신용대출과 보험약관대출 등 금융권 기타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대출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현재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 금리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별 대출 잔액에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마이너스통장 평균 금리는 2021년 말 연 3.94%에서 올해 7월 말 5.64%로 1.70%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은행별로도 금리 상승 폭이 확인됩니다. 신한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71%에서 5.16%로 올랐습니다. 우리은행은 연 3.74%에서 5.44%로 상승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연 4.25%에서 6.42%로 높아졌습니다.
대출 잔액 자체는 2021년 말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당시보다 커진 상황입니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필요한 만큼 한도 내에서 꺼내 쓸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투자자나 가계의 단기 자금 수요에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액이 늘어날수록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특히 최근처럼 대출 금리가 2021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 상황에서는 동일한 금액을 빌리더라도 차주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한 차주라면 시장 상황에 따라 상환 여건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자산을 매각해 대출을 갚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자산가치 감소와 이자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증시 흐름과 금리 수준에 따라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성 대출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을 이용한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경우 자산시장 변동성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커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