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념식날 할 수 있는 원론적인 말이지만 언론은 이 발언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대법관 제청 문제로 갈등이 불거진 국면에서 의도적이라고 보는 거다.
의도했거나 그렇게 비치는 걸 고려한 정무적 발언이라 치면, 사법부야말로 정치행위로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지만, 그동안 사법부가 보여준 행보를 돌아보면 이 발언은 모순적이다. 사법부가 스스로 원칙과 절차를 흔들며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초고속 파기환송은 사법부의 중립성에 큰 흠집을 냈다. 또한, 이번 대법관 제청도 정권과 힘겨루기를 하는 듯 비치고 있다.
간섭을 받지 않는 건 독립성을 보장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도 낳는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관은 임명직이지만, 다수 주(州)에서는 국민이 법관을 선출한다. 이에 비하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한국의 사법부는 폐쇄적이다. 독립성을 내세워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 1원칙을 부정하는 거다.
정치 편향적이며 권력화됐다는 의심을 받는 사법부가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한 자성 없이, ‘간섭 배제’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적 수사에 그친다.
조희대 대법관이 11일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