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대출자 한 명이 새로 빌린 가계대출 규모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30·40대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컸습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 편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차주당 가계대출 평균 신규 취급액은 3414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분기보다 128만원 줄어든 규모입니다.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은 지난해 2분기 260만원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증가 폭이 26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는 409만원 감소했고 올해 1분기 99만원 늘었다가 2분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의 차주당 신규 대출액이 342만원 늘어난 반면 비은행권은 1439만원 감소했습니다. 기타 금융기관도 24만원 줄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에서는 감소세가 더욱 뚜렷했습니다. 2분기 주담대 차주당 신규 취급액은 2억829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2110만원 감소했습니다. 2024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와 40대의 감소 폭이 특히 컸습니다. 30대 차주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전 분기보다 2632만원 줄었고 40대는 3537만원 감소했습니다. 50대와 60대도 각각 1281만원과 1069만원 줄었습니다.
반면 20대는 392만원 증가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비중이 높은 데다 정책성 대출 등을 통한 대출 접근성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주담대 신규 취급액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전 분기 41.4%보다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40대는 24.5%, 50대는 15.9%, 60대 이상은 9.9%를 차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의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수도권 차주당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전 분기보다 4397만원 줄어 2024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강원·제주권도 2108만원, 동남권은 942만원 감소했습니다.
반면 호남권은 1113만원 증가했습니다. 전주와 광주 등에서 분양에 따른 집단대출이 발생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신규 대출 규모가 줄었지만 기존 대출까지 포함한 차주당 대출 잔액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2분기 차주당 가계대출 평균 잔액은 9790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50만원 늘었습니다.
주담대 차주의 평균 잔액은 1억6193만원으로 187만원 증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평균 주담대 잔액이 2억341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억394만원, 40대가 1억8586만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신규 대출은 줄었지만 전체 잔액이 증가한 것은 기존 대출자의 상환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가계대출 잔액에는 기존 대출 보유자의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신규 취급액과 잔액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잠정 통계에서는 전체 가계부채가 1분기 말보다 25조9000억원 늘어난 200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분기 기준 증가 폭으로도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컸습니다.
전체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차주당 신규 대출액이 감소한 것은 대출 규제가 실제 신규 차주의 자금 조달 규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특히 주택 가격과 대출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주담대 감소 폭이 컸다는 점에서 규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가 지난 13일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기존보다 완화하면서 하반기에는 대출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집단대출 등을 중심으로 대출 실행이 늘어날 경우 3분기 이후 신규 주담대 규모가 다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 자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신규 대출이 급격하게 확대될지는 주택시장 흐름과 대출 수요 등을 함께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