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들이 최근 비슷한 계산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K-콘텐츠가 한국 관광과 경제에 미친 효과를 강조하고 있고, 틱톡도 K-컬처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낼 경제효과를 숫자로 제시했습니다. 틱톡은 커니와 공동 분석한 보고서에서 올해 31조3700억원인 경제효과가 2030년 40조64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관광은 6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8개국 1만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K-콘텐츠 시청자의 72%가 한국 방문 의향을 보였습니다. 실제 정부 조사에서도 방한 관광객의 38.3%가 한류 콘텐츠를 접한 뒤 한국 방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틱톡 역시 짧은 영상 하나로 낯선 한국 음식과 화장품, 음악을 세계 이용자에게 노출시키는 강력한 유통망입니다.
다만 플랫폼이 내민 계산서에는 잘 보이지 않는 항목도 있습니다. 콘텐츠가 관광객을 불러온 것은 넷플릭스가 처음이 아닙니다.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기 전부터 관광과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넷플릭스가 그 속도와 범위를 크게 넓혔다는 것과, 한류의 성과 자체를 플랫폼의 효과로 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화려한 글로벌 흥행 뒤 국내 제작 생태계의 고민도 남아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투자는 제작비 부담과 흥행 위험을 덜어주고 세계 시장으로 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유통권을 확보하는 방식이 많아 국내 제작사가 흥행 이후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갈수록 한국이 글로벌 제작기지가 아니라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틱톡의 계산서에도 뒷면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적법한 근거 없이 타사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수집·이용한 틱톡에 약 1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개인화 추천 등 틱톡의 설계가 이용자의 강박적 사용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며 디지털서비스법 위반이라는 잠정 판단을 내렸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이 K-컬처의 세계화를 앞당기고 경제적 가치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수십조원의 경제효과만큼 중요한 질문도 있습니다. 그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플랫폼이 내민 계산서를 이제는 앞면과 뒷면 모두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