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이번에는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농산물 생산 현장을 흔들면서 밥상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물가변동은 이미 고착화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경고음도 이미 곳곳에서 들린다. 폭염에 취약한 배추와 상추, 시금치 등 엽채류는 생육 부진과 출하량 감소로 가격 불안이 커졌다. 시금치 한 봉지 값이 한 달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여기에 오이와 호박 등 일부 여름 채소 가격도 한 달 사이 급등했다. 토마토 도매가격은 폭염과 소나기가 반복되며 한 달 새 4배 가까이 뛰었다. 갈치와 고등어 같은 이 수산물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후인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현실이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문제는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농가에서 과수 생육이 지연될 수 있어서 다음 달 추석 차례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문제는 더 이상 예외적인 변수가 아니다. 과거에는 태풍이나 가뭄, 폭염이 발생하면 일시적인 수급 불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는 폭염 뒤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다시 가뭄이 찾아오는 극한 기후가 반복되고 있다. 농작물은 회복할 틈을 잃고 생산량은 기후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한 번의 이상기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될 일이 아니라, 언제든 또 다른 충격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폭염 등으로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밥상 물가를 거쳐 전체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하는 경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추석은 이런 기후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사과와 배, 배추와 무, 각종 채소와 축산물까지 명절 밥상을 구성하는 품목이 넓기 때문이다. 어느 한 품목의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해서 전체 상차림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도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석 장보기 비용이 늘어나고, 유통업체는 수급 확보와 가격 안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된다.
정부는 매년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대책을 내놓는다. 올해도 폭염과 고수온 등에 대응해 수급 안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할인 행사와 단기 공급 확대만으로는 반복되는 기후 충격의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절 물가 대책을 넘어선 기후 물가 대책이다. 기후 변화에 견딜 수 있는 농업 생산 기반을 만들고, 산지부터 유통까지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작황 예측과 수급 대응 체계를 정교화하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지 이동과 품목별 재배 방식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환경 문제가 아니다. 올여름 장바구니에 찍힌 가격표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한 달 뒤 추석 밥상에서 소비자들이 다시 비싼 가격에 놀라기 전에, 우리는 폭염과 호우를 일시적인 악재로만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 기후가 밥상을 흔드는 시대, 명절 물가 안정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