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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규제의 역설
입력 : 2026-08-21 오후 5:05:22
(사진=뉴시스)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해 특정 플랫폼에 쏠린 시장을 경쟁 체제로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규제 완화 과정에서 또 다른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허용되더라도 농축수산물 가운데 단일 품목 기준 1만원 이하 상품은 배송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달걀 한 판이나 양파 몇 개처럼 소비자가 새벽배송에서 가장 자주 찾는 상품을 제한해달라는 것이다.
 
규제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마트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생존 공간은 줄어들 수 있다. 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만 앞세워 기존 생태계의 피해를 외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것 아닌지 묻게 한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자는 논의의 출발점은 선택권 확대와 경쟁 촉진이다. 현행 규제로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이 쿠팡은 사실상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이후 서비스를 떠난 소비자들조차 대체할 새벽배송 선택지가 부족해 결국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문을 열어놓고, 새로 들어오는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을 팔지 못하도록 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경쟁은 제한되고, 기존 강자의 지위만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독점 구조를 지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도 중요하고, 시장 경쟁도 중요하다. 문제는 두 가지 목표가 충돌할 때마다 규제를 하나씩 덧붙이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는 데 있다. 새벽배송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면 그 피해를 정확히 분석하고, 상생기금이나 공동 물류망, 디지털 전환 지원 등 직접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권도 정책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달걀 한 판과 양파 몇 개를 언제, 어디서, 어떤 가격에 살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다. 특정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
 
규제는 약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경쟁 자체를 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벽배송을 둘러싼 또 하나의 복잡한 규제가 아니다. 특정 기업에 유리한 시장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소상공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틀이다.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가 진정 독점을 깨기 위한 것이라면 답은 분명하다. 경쟁자를 시장에 들여보내 놓고,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규제 완화는 결국 또 다른 규제가 되고, 새벽배송 시장은 더 이상한 방식으로 한 기업의 독주를 지켜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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