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부동산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에게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노무현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규제 위주로 시장에 맞섰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습니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정도로 뼈아픈 실패였고, 한국갤럽 조사에서 '노무현 정부가 가장 잘못한 일'로 부동산 정책(26.9%)이 압도적 1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정반대 처방을 냈습니다.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하고 강남 그린벨트를 풀어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했습니다. 그 결과 임기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13% 떨어졌지만, 반작용도 있었습니다. 값싼 공공주택에 밀려 민간 분양이 위축되면서 신규 공급이 줄었고, 이는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박근혜정부는 '빚내서 집사라'는 말로 요약되는 대출 완화와 뉴스테이·행복주택으로 거래를 살렸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자 IMF는 2016년 8월 국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경고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다시 노무현 정부식 규제로 돌아갔습니다. 20여 차례 대책을 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임기 중 87% 뛰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참여정부 시즌2'라는 오명도 얻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편, 안전진단 기준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규제 완화로 다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관련 법안 다수가 국회에서 표류해, 정책 효과를 채 평가받기도 전에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자, 이제 이재명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 '23만호+α' 공급 대책과 세제개편을 함께 내놓으며 공급과 규제를 동시에 썼습니다. 노무현·문재인정부의 '규제 단독' 실패, 이명박 정부의 '공급 성공·후유증'을 모두 감안한 조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유의해야 합니다. 하나는 시차입니다. 문재인정부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규모 택지·정비사업은 아무리 서둘러도 5~10년의 공급 시차가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공백기 동안 국민이 먼저 체감하는 건 세금 인상 쪽이고, 노무현·문재인정부가 지지를 잃은 지점도 바로 이 공백기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자체 협의입니다. 정부가 13일 과천 경마공원·방첩사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9800호 조기 공급 계획을 내놓자, 신계용 과천시장은 사전 협의 없는 '일방 행정'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고 한국마사회 노조까지 반발 성명을 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 겪었던 '반값 아파트 대 민간사업 위축' 논란과 다른 결이지만, 조율 없는 발표가 추진 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는 같은 교훈을 줍니다.
결국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공백기를 세금 부담만으로 버티게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과천 사례처럼 지자체·현장과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정책의 성패를 가름할 전망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