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대책 헤드라인은 화려합니다.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숫자, 3기 신도시 조기 착공, 재개발·재건축 23만4000가구 정상화. 대통령이 남미 순방 직후부터 부동산 점검회의를 두 차례, 13시간 넘게 주재했다는 뒷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이번 대책은 정부의 승부수가 맞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왜 회의론이 반복될까요. 숫자와 실체 사이에는 간극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차 문제입니다. 신규 공공택지는 아무리 절차를 단축해도 발표 후 착공까지 최소 21개월, 그린벨트를 새로 해제하는 곳은 3~4년이 걸립니다. 정비사업 인센티브 상당수는 국회의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과해야 시행되는데, 발의는 다음 달입니다.
즉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실제로 벽돌 한 장 올라가는 물량은 정부가 내건 숫자보다 훨씬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3만호는 공급 계획의 총량이지, 임기 내 시장에 풀리는 입주 물량이 아닙니다.
두 번째는 물량과 가격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 부족입니다. 역대 정부 중 공급을 가장 많이 늘린 건 노무현·문재인 정부였습니다. 두 정부 모두 서울 집값이 60% 안팎씩 뛰었습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도 2018년 보고서에는 '공급량 최다였던 정부에서 집값 안정의 경험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못박은 바 있습니다. SH도시연구원이 2017년 서울 임대아파트 공급 이후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했더니, 오히려 평균 7.3% 올랐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공급이 늘면 언젠가는 가격이 안정된다는 명제는, 데이터로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셈입니다.
세 번째는 입지 문제입니다. 이번 신규 택지의 상당수는 남양주 와부읍, 광주 장지동처럼 서울 외곽입니다. 정작 수요가 몰리는 강남·한강벨트 인근 물량은 제한적입니다. 최원철 연세대 특임교수의 지적대로, 수요 지도와 무관하게 "닥치고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체감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정부가 부동산 문제에서 손 놓고 있지 않다'는 정치적 신호인 만큼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23만호라는 숫자 보다는 실제 공급이 언제, 어디에, 얼마나 실현될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