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히면서 국회에서 거센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대출 차질 등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야당의 비판이 집중됐습니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위원장을 향해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발언이 개인적 소신이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이 "그렇다"고 답하자 금융의 본래 역할을 거론하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조 의원은 "금융은 실물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젊은 세대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인데, 결국 정부가 막으려는 대상은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평생 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현재 정책의 핵심"이라며 "현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규제하지 못하면서 대출이 필요한 국민만 막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조 의원은 이 위원장이 과거 제네바 유엔대표부 근무 당시 전세를 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지금의 규제 기준이라면 당시와 같은 매입도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돈 벌자고 집 사는데 대출을 해줘야 하느냐"는 발언도 거론하며 "기성세대는 대출을 통해 자산을 축적했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는 같은 기회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한국 금융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면서 생산적 투자보다 부작용을 키웠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난 국가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며 "금융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결과 한국 경제에 역작용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마련은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금융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 자금은 기업의 성장과 생산적 투자로 흘러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대출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해 주거 사다리를 더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거시건전성 차원의 정책 필요성을 거듭 설명했습니다.
공방이 이어지자 조 의원은 "금융위원장은 시장을 관리하는 기관이지 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이 위원장은 "거시건전성과 미시건전성은 국제적 규범이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중재에 나섰고, 이 위원장은 "청년과 세대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정책은 특정 개인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금융의 역할을 고려한 거시경제 정책"이라며 "개인을 겨냥한 규제라는 해석은 맞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