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주 군 공항 이전에 속도를 내면서 항공 물류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벨트와 인접한 청주국제공항은 군 공항이라는 이유로 활주로와 화물시설 확장이 수년째 제약을 받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주국제공항 전경. (사진=뉴시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사실상 확정하면서 광주 군 공항 이전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앞선 24일 광주에 실무팀을 보내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군 공항 이전 부지 등을 사전 답사했다.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수출 물량 처리를 위한 항공 물류 인프라 구축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광주 군 공항에서 민간공항만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겨질 경우 이곳이 반도체 수출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전용 화물터미널과 대형 화물기 운항이 가능한 활주로 등 수조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청주공항은 국내 반도체 생산벨트와 가장 가까운 공항으로 오래전부터 항공화물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주공항 반경에는 삼성전자 평택·기흥 사업장과 천안·온양 후공정 사업장, SK하이닉스 청주와 용인 생산시설 등이 위치해 있다. 인천공항보다 내륙 반도체 공장 접근성이 뛰어나 수출 물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항공업계는 청주공항을 인천공항의 물동량을 분산할 중부권 항공화물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청주공항은 민·군 공항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묶여 있다. 공군이 관제권을 보유하고 있어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 확대와 시설 확충에 제약이 크고 활주로 운영 역시 군 작전이 우선된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이 요구해 온 화물터미널 확대와 계류장 확충, 항공사 전용 부지 확보 등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공항 개발뿐 아니라 기존 공항의 활용도를 높이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청주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어 반도체 항공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가장 유리한 입지”라며 “인천공항 물동량 분산 차원에서도 청주공항 기능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