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전당대회는 정당민주주의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당원들은 경쟁하는 후보들의 비전과 리더십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통해 당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전당대회는 흔히 '당원의 잔치'라고 불립니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공정하다면, 경쟁은 갈등이 아니라 정당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됩니다.
민주당 대표 예비경선에 진출한 후보들. 왼쪽부터 정청래 전 대표,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 전 대표. (사진=뉴시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책과 비전을 둘러싼 토론보다 계파를 기준으로 줄을 세우고, 상대 후보를 향한 의혹 제기와 신천지 논란이 선거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누가 더 당을 잘 이끌 것인지보다 누가 더 위험한 상대인지를 부각하는 데 경쟁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검증은 필요합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될 당 지도부는 당원을 대신해 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후보의 발언과 행적을 따져 묻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검증이 상대를 낙인찍는 방식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정치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논쟁은 사라지고 진영 간 적대만 남습니다. 정책은 설 자리를 잃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자극적인 프레임만 반복될 뿐입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상대를 함께 경쟁하는 동료가 아니라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정치 조직입니다.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는 다시 한 조직 안에서 당을 함께 운영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선거 과정에서 상대를 의심하고 적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정당성까지 부정하는 언어가 반복된다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통합은 쉽지 않을 겁니다.
정당민주주의는 승패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경쟁했는가 역시 민주주의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경쟁의 결과만큼 과정도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경쟁이 상대를 타자화하는 과정으로 변질된다면 승자는 지도부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당은 신뢰를 잃게 됩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도 봉합되지 않는 상처는 결국 당 전체의 역량을 약화하는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당원의 잔치'라는 말은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축제는 상대를 적으로 만들 때가 아니라 서로를 경쟁자로 인정할 때 가능합니다. 전당대회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보다 자신을 설득하는 정치가 앞서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구호로 상대와 나를 구별 짓는 배제가 아니라, 경쟁의 품격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