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혜자'카드가 시장에서 잇따라 사라지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채권 금리가 4%대를 넘어서며 조달 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각종 규제로 수익성까지 악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려는 제도의 취지가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카드업계에는 알짜 카드 단종 러시가 거셉니다. 신한카드는 얼마 전 더라운지 앱을 통한 공항 라운지 무제한 이용 혜택으로 인기를 끌었던 프리미엄 라인 ‘The BEST-F(더베스트F)’ 카드를 비롯해 총 14종의 상품에 대한 신규·갱신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더베스트F는 연회비가 20만원대에 달하지만 15만~17만 원 상당의 바우처와 이마트 무료 피자 연 5회 제공 등 서비스로 연회비 본전을 회수할 수 있으면서 횟수 제한 없이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어 해외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소비자에게 수요가 높았던 상품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혜택으로 알려진 IBK기업은행의 'BLISS 7' 역시 이달 말 신규 발급이 완전히 중단됩니다. 더라운지보다 제휴 범위가 넓은 PP(Priority Pass) 서비스를 제공해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지난 2023년 12월 개인 대상 신규 발급이 중단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기업카드 신규·추가 발급까지 종료됩니다.
월 최대 6만원까지 할인이 가능해 주목을 받았던 하나카드의 'MG+S 하나카드'도 지난해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조기 단종됐습니다. 전월 실적 30만원 조건만 충족하면 월간 최대 1만8000원까지 캐시백을 환급받을 수 있었던 새마을금고의 '더나은체크카드'도 올 상반기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대표적인 가성비 카드로 입소문을 탔던 하나카드의 '토스뱅크 하나카드 Wide' 역시 올해 단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알짜카드 단종은 이미 카드업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드업계에서 단종된 카드 수만 518건에 달합니다. 금융당국이 3년마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재산정해 낮춰 오면서 카드사들의 본업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여전채 금리 부담까지 커지자 비용 전가가 불가피해진 탓입니다.
결국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서 비롯한 각종 규제 및 조달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가 맞물리면서 카드사들은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상품 자체를 단종하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카드시장은 앞으로도 혜택을 줄인 상품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드사들이 본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혜택도 되살아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