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지난해 297만 명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롯데카드 해킹 사태와 관련해 피해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법정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은 총 12건, 소송인단 규모는 9000명에 달합니다.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범위와 무관하게 기업의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1인당 5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과거 대법원이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등 카드 3사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공동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위자료 10만원을 인정한 전례가 있어 이번 청구액이 그대로 인정될지는 불투명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특정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우리카드와 신한카드 등 대형 카드사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우리카드는 2024년 1~4월 인천영업센터에서 가맹점 대표자 7만5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카드 모집인에게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34억5100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신한카드 역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에 걸쳐 가맹점 대표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19만2000여건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같은 사고는 카드업계를 넘어 OTT, 이커머스, 통신업계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이 2300만여명의 정보 유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347억9100만원을 부과받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쿠팡이 3700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로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유출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개인정보가 사실상 보호받기 어려운 정보가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사고가 반복될수록 개인정보 유출을 대하는 사회적 경각심 자체가 무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 대한 보상 논의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오는 9월부터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며 과징금 상한선이 기존 매출액의 3%에서 10%로 상향됩니다. 징벌적 성격을 강화한 조치인 만큼 기업들의 보안 투자와 관리 의지를 일정 부분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그러나 제도적 규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핵심은 고객의 개인정보를 대하는 기업의 인식과 태도입니다. 과징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수동적 대응을 넘어 고객 한 명 한 명의 정보를 소중히 여기는 능동적 보안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유출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기업이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방식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미지=챗GPT)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