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이 기업은 항공기, 방산, 우주, 미래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입니다.
공장 시설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장면은 로봇 팔이 작업하는 공정이었습니다. 로봇 팔은 드릴을 이용해 부품에 균일하게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는 용도였습니다. 물론 기존의 제조 시설에도 많은 로봇 팔이 사람을 대신해 작업을 합니다.
사람 대신 로봇을 쓰는 이유가 여러 가지겠지만 정밀도와 속도, 그에 따른 비용 절감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로봇 팔이 도입돼 작업 공정 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에게 실제 작업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사람이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빠른 정도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항공우주 부품은 하나의 공정을 마친 뒤에도 여러 단계의 후속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정 작업만 지나치게 빨라지면 오히려 전체 흐름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로봇이 사람보다 얼마나 빠르냐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작업 속도와 로봇의 작업 속도가 어떻게 맞물려 전체 공정이 유기적으로 흘러가느냐였습니다.
자동화는 사람을 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정밀도가 필요한 영역을 보완하며 공정 전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기술 도입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기술의 가치는 단순히 사람보다 빠른가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사람이 해야 할 판단과 조율이 더 잘 작동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로봇 팔의 도입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술의 독주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조화였습니다. 결국 기술 발전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출발했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에어피시 보이저 위그 플랫폼 첫번째 날개 조립체. (사진=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