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듯 살다 보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계속 찾아옵니다. "오늘은 뭘 먹지"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어떤 일을 할지, 어디에서 살아갈지, 누구와 관계를 이어갈지 같은 선택까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하나를 고르고 나면 끝날 것 같지만, 선택 뒤에는 늘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아 이거 말고 저거 골랐으면 달랐을까?"
대학원 종강도 했겠다, 모처럼 여유로웠던 주말에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읽었습니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라 이제서야 읽은 게 무색합니다만, 읽어보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또 읽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인데도 등장인물들이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상상하는 모습은 지금과 유사했습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훨씬 많아진 지금이기에 더욱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모순>에는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가난하고 소란스럽지만 생동감 있는 삶이 있는 반면 안정되고 부족함 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공허한 삶도 존재합니다.
읽는 내내 "나라면 어떤 삶을 택할까", "나라면 어떤 남자를 택할까" 고민해 봤지만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제가 내리는 선택과 몇 년 뒤 이 책을 다시 읽고 드는 생각은 또 다르겠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고 이 책장을 다시 넘겨보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선택은 하나의 가능성을 얻는 일인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정하기 전까지 고민하고, 결정한 뒤에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되돌아보곤 하는 것 같습니다.
선택한 삶은 현실이 되지만 선택하지 않은 삶은 상상 속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택하지 않은 삶은 자주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쉬운 시대입니다. 이직 플랫폼을 열면 더 좋아 보이는 직장이 나오고, SNS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더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의 일상이 보입니다.
선택지는 많아졌지만 선택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선택을 마친 뒤에도 더 좋은 답이 있었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에는 늘 그 선택에 딸린 결핍이 수반되는데도 우리는 자꾸 후회 없는 선택을 찾으려 합니다. 가장 좋은 직장, 가장 적절한 시기, 가장 현명한 결정을 고르면 잃는 것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최선의 선택'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선택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후회가 남는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 고른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모순>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구절입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삶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울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완벽한 선택을 찾으려는 마음, 어쩌면 그 자체가 우리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순'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