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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위한 대출이라더니
입력 : 2026-06-10 오전 11:53:46
전세대출은 오랫동안 무주택자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여겨졌습니다.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전셋집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 성격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세금 마련이 쉽지 않은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전세대출은 사실상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세대출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보증비율 추가 축소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확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언급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문제 삼는 부분은 전세대출이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로가 됐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전세대출 규모는 수년간 빠르게 증가했고 전세자금이 갭투자를 가능하게 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결국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대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규제의 충격이 투기 수요보다 실수요자에게 먼저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입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80% 수준인데, 이를 70%까지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은 그만큼 커집니다. 과거 보증비율이 100%에 가까웠을 때는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이 대부분 보전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증비율이 낮아질수록 은행이 직접 떠안아야 하는 손실 위험이 늘어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늘어난 위험을 반영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DSR 적용 확대 역시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일부 차주를 제외하면 전세대출이 일반 주택담보대출만큼 강한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고액 전세대출까지 DSR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차주들은 필요한 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체감 충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물론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세대출이 사실상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전세대출은 여전히 많은 청년과 서민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주거 금융수단입니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투기 수요는 걸러내되 실거주 목적의 차주들은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합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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