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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을 닫으며
입력 : 2026-06-05 오후 4:53:48
올 봄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지에는 주의 소견과 재검 권고 항목이 여럿 있었습니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문진 날짜를 잡고 의사와의 문진 시간, 짧은 시간 안에 쏟아지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 스마트폰 메모장을 꺼냈습니다.
 
(이미지=챗GPT)
 
메모하는 제 모습을 본 의사의 표정이 이내 굳었습니다. 그리고선 성가신 말투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적을 것 없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하네요. 피 검사 한 번 더 받고 가세요"라고 했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너무 많아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의 태도에 메모장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써 "괜찮은 거죠?"라고 머쓱하게 묻고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운동을 취미가 아닌 생활로 받아들인 이들이 크게 늘었고 거리에는 러닝을 즐기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습관처럼 헬스장 개인 PT(퍼스널 트레이닝), 홈 트레이닝 등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건강 기록도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10대도 몸에 관심을 가지고 PT를 받을 정도입니다.
 
청년들은 건강을 '상태'가 아닌 '과정'으로 인식합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걷고, 몇 시에 잤는지를 기록하고 관리합니다.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당연히 질병에 대한 관심도 따라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두고 검색을 하는 일은 이 세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움이 진료실 안에서는 낯선 풍경으로 읽힙니다. 물론 맥락 없이 검색된 정보가 불필요한 공포를 키우기도 하고 의사의 진단보다 인터넷 게시글을 더 신뢰하는 경우도 나타납니다. 여기에다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면서 AI를 의사처럼 여겨 실제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는 현상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결코 환자가 자신의 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심각한 질병이 아닐 때에는 다소 무관심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의사는 말했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것과 몸에 좋은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고. 그 말에 당시 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지만 개인 체질에 따라 편차가 있을뿐더러, 이미 좋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그에 대한 해석을 궁금해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선을 위한 우선 순위도 챙길 수 있고요. 진료실에서 메모하는 행위가 '과잉'으로 분류되는 분위기가 오히려 어색합니다.
 
이 세대는 자신의 몸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데 익숙합니다. 변화를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으려 합니다. 쪼개진 진료 시간 안에 만담을 늘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질문과 메모는 불편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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