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일을 이틀 남겨둔 27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거의 여왕'이 돌아왔다. 첫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 타이틀을 가진 박근혜씨의 또 다른 호칭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박씨는 그야말로 선거의 여왕이었다. 2004년 총선과 2012년 총선을 결정적인 계기로 꼽는다.
그런 그가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정치 전면에 복귀한 모습이다. 사실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장기간 단식에 돌입하자 그의 방문으로 돌파구가 되어줬을 때부터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했고, 이후 징역 22년형을 확정받은 중범죄자다. 비록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그의 범죄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했고, 석방되면서 박씨는 "심려를 끼쳐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이 말에 진정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현실 정치에 뛰어들면 안 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진 않았지만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결단의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박씨의 유세가 선거 막판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여당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들의 촛불혁명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지금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돌아다니고 있다"며 "저러니까 내란 옹호 정당, '윤 어게인'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렇다면 '보수 재건'을 외치는 다른 이들은 어떤가. 장동혁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내세워 보수 결집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진 않았지만, 임기를 마친 후 다스(DAS) 자금 횡령과 삼성 등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처럼 법원에서 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보수 결집' '보수 재건'을 위해 현실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윤어게인(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더니 이제는 '박어게인'에 '이어게인'까지 외치는 모습이다. 보수를 무너뜨린 전직 대통령들이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과 유죄 판결이란 헌정사적 상처를 남긴 이들이 선거 전면에 등장한 현실은 보수 진영이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