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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멈추는 국회
입력 : 2026-05-22 오후 3:50:46
21일 6·3 지방선거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습니다. 거리는 유세 소리로 들썩이지만 국회 의원회관 복도는 낯설 만큼 고요합니다. 드나드는 이가 줄었고 문이 닫힌 의원실도 적지 않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길마다 내걸린 현수막이 말해 줍니다. 모두 전국 선거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선출되는 광역·기초의원은 지역 정치 기반이자 2년 뒤 총선 구도를 좌우하는 변수입니다. 국회의원에게 지방선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지역구 의원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도 당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나서 취약 지역과 승부처를 돕습니다.
 
보좌직원 상당수도 의원을 따라 지역으로 내려가거나 다른 선거 캠프로 파견을 갑니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직원이 공직선거법상 예외 규정에 따라 일반 공무원과 달리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뛰는 선택을 탓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국회를 지키는 손과 눈은 줄어듭니다.

보좌직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국회의 본업인 입법은 뒤로 밀립니다. 한 언론 조사를 보면 이달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의 4분의 1 수준에 그쳐, 개원 직후를 빼면 22대 국회 들어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거철이면 국회가 느려진다는 말이 인상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 주는 숫자입니다. 여야가 표심을 좇아 전국을 도는 사이, 처리되지 못한 법안과 현안은 조용히 쌓여 갑니다.

그 사이에도 국회의원과 보좌직원의 보수, 사무실 운영비는 그대로 나갑니다. 지역을 살피고 당을 위해 뛰는 것도 정치인의 일이라는 반론은 늘 따라붙습니다. 그렇다 해도 유권자가 세금을 들여 국회에 맡긴 역할의 중심에는 입법이 있고, 선거운동이 이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으로 내려가는 길이 온전히 자발적인 것만도 아닙니다. 일부 보좌직원은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숙식까지 자비로 해결합니다. 선거법상 비용 지원에 한계가 있다지만, 국정을 다루는 인력이 이렇게 움직이는 구조가 당연한지는 의문입니다. 남은 이들도 한가하지 않습니다. 빈자리까지 메우다 보면 일은 줄어든 게 아니라 다른 책상으로 옮겨졌을 뿐입니다.

국회 일정만 봐도 지금은 한가로울 때가 아닙니다. 한 달여 전 여당 원내대표는 관례처럼 이어져 온 국회 공백을 이번에는 용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원 구성은 선거 뒤로 넘어갔습니다. 임기 2년 차를 맞은 국회는 후반기 의장단을 새로 뽑고 상임위원회도 다시 꾸려야 하지만,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배분이 모두 미뤄졌습니다. 미리 조율할 수 있던 일정이 선거에 밀려, 국회가 스스로 세운 시간표를 지키지 못한 셈입니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는 2년마다 번갈아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의원실은 선거 분위기로 채워지고 입법은 뒤로 밀립니다. 선거에 공을 들이는 의원을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선거 역시 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해도 국회의 본업은 입법입니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공백을 익숙한 풍경으로 넘기기에는, 국민이 맡긴 시간이 가볍지 않습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의 한 지역구 의원실 앞에 우편물이 쌓여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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