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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동력 잃은 농협법 개정안
입력 : 2026-05-13 오후 5:06:03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농협법 개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농협 개혁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결국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셈법 앞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농협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막상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이 조합장 조직과 지역 표심 눈치를 보며 한발 물러서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2일 농협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를 열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당초 농해수위 안팎에서는 이날 소위만 통과하면 사실상 법안 처리의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청회만 열고 논의는 멈췄습니다.
 
국민의힘은 농협 측 참석 제한 등을 문제 삼으며 회의에 불참했고 여야 간 이견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민주당과 진보당만으로도 과반이 넘어 의결 정족수는 가능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외부 감사기구 신설 등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회장 권한을 분산하고 감사 독립성을 강화해 농협 운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조합장 사회에서는 직선제 도입에 따른 선거 과열과 조직 혼란, 정부 영향력 확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런 반발을 너무 의식한다는 점입니다. 전국 1000여명에 달하는 지역 농협 조합장들은 단순한 조직 책임자가 아닙니다. 조합원과 가족, 지역 농민단체와 영농회 등으로 연결된 지역 조직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선거철이면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농민 조직이 지역 여론 형성과 표 결집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인 셈입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결국 민주당도 조합장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선거 앞두고 부담스럽다", "하반기로 넘기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치권이 한발 물러서는 모습입니다.
 
실제 여당 내부에서도 농협법 개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안은 전 조합원 직선제와 별도 감사기구 설치를 핵심으로 하지만 같은 당 문금주 의원안은 직선제 대신 선거인단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임미애 의원안은 선거 방식보다 조직 구조 개편에 무게를 뒀습니다. 같은 당 안에서도 농협 개혁 방향을 두고 결이 다른 셈입니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농협법 개정안은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당시에도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문제 등을 두고 정치권과 농협 내부가 충돌했고 의원들끼리 입씨름만 이어지다 결국 장기간 표류했습니다. 농협 개혁 필요성은 계속 제기됐지만 선거와 정치 논리가 개입하는 순간 논의는 번번이 멈춰 섰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이번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하반기 국회 재편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상임위원장과 농해수위 구성 자체가 바뀌면 지금의 개혁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농협 개혁안’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1차 개혁안인 농협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속 개혁 논의까지 이어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옵니다.
 
정치권은 매번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선거를 앞두고 표심 앞에서 머뭇거립니다. 이번에도 여당은 다수 의석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심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개혁이 번번이 정치 논리에 밀리는 사이 농협 지배구조 문제는 또다시 다음 국회 과제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앞.(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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