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이자를 부담해야 하냐."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이 질문은 직관적으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실제로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고금리를 부담하는 현실은 많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최근 페이스북에 연이어 '금융의 구조' 관련 글을 올리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구조를 흔들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포용금융 확대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금융권 관계자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방식의 압박이 시장 원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산업입니다. 상환 가능성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금리는 단순한 수익 수단이 아닙니다. 차주의 연체 가능성과 예상 손실률을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리스크가 큰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손실을 금리로 보전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수익성은 악화됩니다. 이는 다시 대출 축소나 금리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연체율 흐름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 은행 전체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2.57%까지 상승했습니다. 2021년 말 1.43%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은행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금리를 정책적으로 조정하기 시작하면 시장 가격 기능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의 금융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내 은행들이 지나치게 담보대출 중심 영업에 의존해 왔다는 비판도 충분히 타당합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안정적인 아파트 담보대출 위주로 몸집을 키워왔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중금리 대출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부여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고도화 역시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존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상환 능력이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 패턴이나 공과금 납부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해 보다 정교한 평가 체계를 만드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금융 안정성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포용금융은 필요하지만 리스크 관리 원칙까지 무너뜨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실을 정책 의지만으로 덮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잔인한 금융'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은 선의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을 병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 대출금리 안내문.(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